쪽방에 사는 잉꼬부부에게 12년 만에 아기천사가 찾아 왔다. 하지만 아빠 용철씨는 이미 말기암 선고를 받은 상황. 과연 부부는 아기를 지켜줄 수 있을까.

KBS '현장르포 동행'이 말기암 선고를 받은 한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한다.

용산 동자동의 1~2평 남짓한 쪽방에는 잉꼬부부로 소문난 용철(52)씨와 경희(41)씨가 산다. 12년 전 만나 하루도 떨어져 지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금슬 좋은 부부.

하지만 너무 열악한 환경때문에 아기를 가질 수 없었다. 그러던 지난해 경희씨는 남편의 어깨 근육에 생긴 암이 폐에까지 전이 된 사실을 알고 남편 몰래 아이를 가졌다. 이복형들 밑에서 외롭게 자라 온 남편에게 아이를 선물하고 싶었던 것.

용철씨는 아기를 처음 본 순간 두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는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혈육"이라며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온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고 신기한듯 쳐다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하루하루 나빠지는 건강에 잠들기조차 무서운 용철씨.

어쩌면 아내와 아이만 남겨 놓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막막하기만 하다. 무엇이 진정 아내와 아이를 위하는 길일까. 그는 아내 몰래 사회복지사를 만나보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입양 이야기를 꺼내봤던 사연을 털어놨다.

말기 암 아빠와 만삭의 아내

용철씨는 어깨 근육에 암이 생긴 '연부조직 암' 환자다. 일용직, 공공근로 등 할 수 있는 일은 닥치는 대로 하며 인정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용철씨는 몇 년 전부터 왼쪽 어깨에 생긴 혹이 점점 커져, 지난해 4월 병원을 찾았고 연부조직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받았지만 여의치 않은 형편에 꾸준한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결국 폐로 전이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던 중, 병원에 입원 해 있던 남편에게 아내는 초음파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4개월 된 태아였다. 용철씨는 "정말 기뻤다"면서 "하지만 머지않아 아내 곁을 떠날 수도 있는데 아내는 왜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하고 기뻐만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과연, 부부는 아기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하루가 다르게 자신의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느끼는 용철씨는 아내와 아기를 지켜주지 못 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점점 사로잡힌다. 그는 결국 조심그럽게 입양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이 아내와 아기를 지켜주지 못할까봐 더 나은 환경으로 입양 보내자는 읜견과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는 자신의 손으로 키우겠다는 의견이 충돌한다.

용철씨와 경희씨는 마주앉아 눈물만 흘릴 뿐이다. 추운 겨울 쪽방에 찾아온 아기천사, 그리고 그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부부. 과연 부부와 아기천사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17일 밤 11시 40분 방송.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