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열심히 하면 가능성이 보입니다. (유력 경쟁지인)독일 뮌헨과 이제 1대 1로 대등해졌어요. "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17일 IOC 평가단을 직접 영접하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을 실었다. 평가단이 도착하기 25분 전 보광휘닉스파크에 도착한 이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도전보다 분위기가 좀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투표권을 가진 IOC 위원들의 반응과 관련 "어렵고 예민한 질문이다. IOC 위원들이 잘 판단할 것이다. 열심히 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평가단이 도착할 때까지 라운지에 앉아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차녀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이 부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매제인 홍석규 보광휘닉스파크 회장과 함께 담소를 나눴다.

20여분 뒤 평가단을 태운 버스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로비로 나가 휘닉스파크 직원들과 함께 평가단을 영접했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인사한 뒤 3층으로 올라가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경기장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옥외 테라스에 마련된 프레젠테이션장에는 전날 공수해온 50인치 삼성LED TV 2대가 동원됐다. 간간이 눈발이 흩날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 정면의 경기장을 바라보며 진행한 프레젠테이션은 평가단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30여분 동안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이 회장은 구닐라 린드버그 평가단장과 밝은 얼굴로 대화를 나누며 계단을 내려왔다. "굿(Good)"이라는 찬사가 자주 흘러나왔다.

이 회장은 다시 1층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오찬을 함께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1시간10분간 계속된 오찬을 마치자 이 회장은 가장 먼저 입구로 나와 평가단을 기다렸다. 5분쯤 지나 평가단이 나오자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감사를 표시했다. 평가단은 이 회장에게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이 회장은 평가단을 태운 버스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유치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현장에 나선 것만으로도 엄청난 무게를 실어준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 스태프는 "IOC에서 이 회장의 파워는 대단하다. 이 회장이 나타나면 IOC 위원들이 저 멀리서 달려와 인사를 건넨다. 알 샤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장은 이 회장에게 공개적으로 평창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평가단은 보광휘닉스파크를 둘러보기 전에 개 · 폐회식 장소로 지정된 알펜시아의 스키점프장을 시작으로 크로스컨트리 · 노르딕복합 · 바이애슬론경기장과 평창선수촌을 점검했다. 오후에는 정선 중봉과 용평리조트의 알파인경기장을 비롯해 알펜시아 일원의 루지 · 봅슬레이경기장,국제방송센터 · 메인프레스센터 및 올림픽역 예정지를 방문했다.

평창=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