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그동안 상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 온 미국 기업들도 제품 가격을 올릴 조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각종 원자재 가격과 임금이 올라 소비재를 생산하는 주요 기업들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15일 보도했다.

최근 면화가격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가죽과 폴리에스터 가격도 크게 올라 의류나 구두제품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구리와 철광석 가격도 계속 올랐다. 옥수수 설탕 쇠고기 돼지고기 커피 등 식품 가격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나인웨스트와 앤클라인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패션 잡화업체 존스그룹의 웨슬리 카드 최고경영자(CEO)는 "사실상 생산과 관련한 모든 부문에서 비용상승 압력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는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15~20%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 등 해외 현지공장의 근로자 임금상승도 미 기업들의 원가부담을 키우고 있다. 또 이머징 국가의 수요 증가로 작년 여름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랐지만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제품 가격 인상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계속 미뤄왔다. 하지만 미 최대 식품회사인 크래프트는 연내 상당수 제품 가격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도 커피 원두가격 상승을 반영,가격 인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계 1위 생활가전업체 월풀은 4월부터 제품 가격을 8~10% 올리기로 했다. 이미 제품 가격을 올린 헤인스 등 의류업체들은 면화 가격이 추가로 오르면 한 번 더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실업률이 9%인 데다 지난 1년 새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2%를 밑돌기 때문이다. 기업들로서는 제품 가격을 어느 정도 인상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제품가 인상은 미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작년 12월 1.4%에 그쳤지만 올해는 2.5% 상승으로 예측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