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의기투합한 한국인 '투타(투수·타자)'의 거목 박찬호(38)와 이승엽(35)이 '특급 도우미'의 지원을 받아 한류 바람을 일으킨다.

2007년 이후 4년 만에 선발투수로 돌아온 박찬호는 일본 무대에서 미국프로야구 아시아 투수 최다승(124승)의 명성을 이어가려면 수비형 포수 스즈키 후미히로(36)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년 만에 명예회복을 노리는 이승엽은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과 '지한파' 코치들의 신뢰 속에 오릭스의 중심 타자로 벌써 자리매김했다.

◇기대되는 박찬호-스즈키 배터리 환상 궁합 = 박찬호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낼 시절 전담포수 채드 크루터와 찰떡궁합을 이뤘다는 건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아는 사실이다.

오릭스에는 크루터에 버금갈 포수로 스즈키가 있다.

스즈키는 15일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백팀 포수로 마스크를 쓰고 선발 등판한 박찬호의 공을 받았다.

둘은 안타 3개를 맞았지만 병살타 1개를 요리하는 등 2이닝 동안 무실점을 합작했다.

스즈키는 볼 카운트에 따라 사인을 냈으나 이날은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기에 박찬호가 원하는 대로 던지도록 했다.

박찬호는 경기 후 "스즈키의 볼 배합을 배운 게 소득"이라며 일본 포수의 성향을 읽은 것에 의미를 뒀다.

1998년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데뷔한 스즈키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일본 대표팀으로 뛰기도 했다.

2003년 긴테쓰를 거쳐 2005년부터 오릭스에 몸담고 있다.

12년 통산 타율이 0.179에 불과할 정도로 방망이보다는 '미트질'과 투수 리드가 좋은 선수다.

오릭스에는 히다카 다케시(34)라는 공격형 붙박이 포수가 있었지만, 오카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작년부터 스즈키의 출장 횟수가 늘었다.

마운드의 약점을 보완해야 할 히다카가 볼 배합을 잘못해 오카다 감독의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스즈키는 지난해 17승을 거둔 에이스 가네코 지히로가 3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둘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등 투수와 호흡에서는 히다카를 앞섰다.

가네코가 오른쪽 팔꿈치를 수술해 전력에서 이탈한 만큼 선발진을 보완하려면 볼 배합에 능하고 타자들을 속속들이 아는 스즈키가 올 시즌 주전 포수로 기용될 공산이 크다.

스즈키의 노련미와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박찬호의 경험이 보태져 성공 가도를 달린다면 오릭스 선발진도 한층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 부활..'오카다 감독의 믿음+다카시로ㆍ쇼다 코치의 조언' = 이승엽은 "아직 오카다 감독과 보름밖에 생활하지 못해 스타일을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오카다 감독에 대한 일본 내 평가는 '묵묵한 사람'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한신 타이거즈 감독 시절 2군에서 유망주를 주력 선수로 키워내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2005년 팀을 센트럴리그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번트나 작전보다는 타자를 믿는 스타일로 이승엽이 주전 1루수만 꿰차면 간섭없이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오카다 감독과 이승엽은 묘한 인연이 있다.

오카다 감독의 앞길을 막았던 이가 바로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지바 롯데에서 뛰던 2005년 일본시리즈에서 한신을 만나 홈런 3방을 터뜨리며 소속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요미우리에서 뛰던 2008년에는 정규 시즌 막판 한신과 경기에서 결정적인 홈런과 결승타를 터뜨리며 요미우리가 역전 우승을 일구는 데 앞장섰고 오카다 감독은 그해 한신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이승엽의 '해결사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오카다 감독이 2년간 한솥밥을 먹게 된 상황에서 이승엽에게 어떤 믿음을 보여줄지 관심이 많다.

작년 프로야구 한화에서 코치를 지냈던 다카시로 노부히로 수석코치와 SK에서 타격을 지도했던 쇼다 고조 타격코치는 이승엽의 또 다른 '원군'이다.

이승엽은 "다카시로 코치 덕택에 최근에 특별수비훈련이란 걸 11년 만에 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승엽의 1루 수비가 엉성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이승엽의 하체를 단련해주고자 다카시로 코치가 직접 방망이를 든 것이다.

다카시로 코치는 원하는 곳에 정확히 볼을 때려 수비훈련을 시키는 것으로는 일본에서 제일가는 코치다.

쇼다 코치는 조급해하는 이승엽을 차분하게 안심시킨다.

이승엽은 "연습 때 약간씩 밸런스가 흐트러질 때마다 쇼다 코치께 문의하지만 그때마다 쇼다 코치는 '괜찮다'를 연발한다.

'어차피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페이스를 알아서 찾을 것이기에 지금부터 일희일비할 것 없다'는 말씀을 하신다"고 귀띔했다.

그 덕분인지 이승엽은 어느 해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정규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미야코지마<日 오키나와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