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최근 내각 개편을 통해 요사노 가오루 전 재무상을 경제재정상에 앉혔다. 요사노 경제재정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정권 당시에도 경제재정상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일본의 전후 최대 호황기였던 '이자나기 경기'(1965년 10월~1970년 7월) 기록을 깬 근래 최장 경기확장(2002년 2월~2009년 10월) 때도 기여했다. 막대한 국가 부채를 메우기 위해 소비세율 인상 등 세제 · 재정 개혁을 추진하는 간 정권이 그를 다시 불러들인 것도 이 같은 배경에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한 나라의 재정 안정성을 평가할 때 통상 현행 정책이 지속하는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누적채무 비율이 일정한 범위 내에 있느냐를 놓고 판단한다. 일본의 경우 그 대답은 '(일정 범위에)없다'였다.

일본의 2011년도 일반회계 예산안은 92조4116억엔으로 2010년도 예산에 비해 1124억엔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사회보장 관련 예산은 1조4393억엔 증가한 28조7079억엔으로 역시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일본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올해 44조2980억엔 규모의 국채를 신규 발행키로 했다. 이 같은 수치는 세수 40조9270억엔을 웃도는 것으로,2009년에 이어 2년째 빚이 세수보다 많게 편성된 것이다. 일본의 나랏빚은 올해 GDP의 200%를 돌파할 전망이다.

국가 부채가 골칫거리가 되면서 일본 정부는 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10%로 인상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소비세는 일반적으로 가장 안정적이고 규모도 큰 세원(稅源)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경제 성장이 없는 소비세 인상은 일본 재정 건전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시카고대학 부스 비즈니스 스쿨은 일본종합연구개발기구(NIRA)의 위탁을 받아 고이즈미 정권 시절(2001~2006년) 당시 실시한 개혁을 조사했다. 고이즈미 정권은 종전의 규제를 대부분 철폐하고 다양한 실험 정책을 실시했다. 경기는 급속히 회복됐고 고이즈미 정권 때 일본은 전후 최장의 경기확대에 돌입했다. 당시 시행된 주요 개혁안은 △금융시스템 개혁 △우정민영화 사업 △파견노동자 활용을 통한 노동시장 개혁 △자유무역협정(FTA)의 추진과 농업개혁 △지방재정개혁 등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우정민영화 사업을 포함한 몇 가지 사안은 아주 먼 미래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답은 여기에 있다. 앞으로 여러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는 간 정권은 성공 가능한 개혁만을 선택해야 한다. 성장으로 직결되는 '맞춤식 개혁'을 해야한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생산성 향상과 투자 효율화,노동공급 확대에만 신경써야 한다. 예컨대 수준 높은 기술력을 가진 외국인 인재의 수용은 노동력 증가로 이어진다. 우수한 인재 채용은 첨단 정보기술(IT) 등 인력 부족을 겪는 연구분야에 도움이 된다. 또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저출산 추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치원과 보육원 기능을 일원화한다면 육아 서비스 향상은 물론,인구 증가를 촉진시킬 것이다.


어닐 카샵 < 美 시카고대 교수 > / 정리=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이 글은 어닐 K.카샵 미국 시카고대학 부스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일본 부채문제 해결을 위한 처방전(A Growth Solution for Japan's Debt Mess)'이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