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원유 개발과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이어 광물 개발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 강화의 주타깃인 '1중(중국)+3중(중남미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해당 국가 및 기업들과의 자원 분야 협력을 매개로 운송 항만 통신 건설 등 신규 사업의 기회를 모색해 나간다는 게 SK의 전략이다.

◆호주까지 해외 에너지 사업영역 확장

최태원 SK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 직후인 지난달 30일 '제2의 골드러시'라 불릴 만큼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브라질을 방문했다.

SK는 광물자원 확보를 주도하고 있는 계열사 SK네트웍스를 통해 지난해 9월 EBX그룹의 대표적 철광석 업체 MMX에 7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브라질에서의 자원 협력에 시동을 걸었다. MMX와의 투자 프로젝트는 국내 철광석 자원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다. 최 회장은 아이크 바티스타 EBX그룹 회장과 만나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SK가 투자한 MMX의 수데스테 철광석 광산을 직접 방문했다. 두 그룹은 자원 협력 모델을 통해 철광석 개발은 물론 철광석 운송을 위한 항구 · 수송관 · 발전소 건설,해상 운송,석유 · 석탄 · 가스 개발,국내외 건설 및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브라질에 이어 호주를 방문,SK가 투자한 탄광을 직접 둘러보고 최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LNG의 호주 내 사업 현황과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SK는 현재 호주에 클라렌스,샤본 등 4개 석탄 광구에 1억3000만달러를 투자,광구별로 5~25%의 지분(연간 지분 생산량 200만t)을 확보하고 있다.

최 회장은 앵구스플레이스 광구에서는 헬멧과 모자를 착용하고 광구에 직접 들어가 석탄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또 호주의 LNG 전문기업인 산토스를 방문,호주의 LNG 개발 방향과 최근의 프로젝트 동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가 중남미 공략 거점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6월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최 회장,구자영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페루 수도 리마 남부 해안에 위치한 팜파 멜초리타에서 대규모 LNG 플랜트 준공식을 가졌다. 지구 반대편 페루에서 유전개발 · 수송 · 제품 생산까지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SK이노베이션(지분율 20%)을 비롯해 미국의 자원개발 전문기업인 헌트오일,스페인 렙솔,일본 마루베니 등 4개사가 참여해 총 38억달러를 투입한 프로젝트다. 연간 440만t의 LNG를 생산할 수 있는 LNG 플랜트를 완성했으며,페루에서 가장 큰 13만㎥의 LNG를 저장할 수 있는 두 개의 LNG 저장 탱크도 함께 지어졌다.

SK 관계자는 "페루에서의 성공적인 사업 성과는 단순히 자원개발에 그치지 않고,제품 생산,수출까지 이뤄지는 생산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SK의 현지화 및 글로벌화 노력이 이뤄낸 결과"라며 "이는 SK의 대표적인 글로벌라이제이션 성공 사례로 꼽힌다"고 말했다.

SK는 페루 리마와 콜롬비아 보고타에 SK이노베이션 자원개발을 전담하는 지사를 설립하는 등 남미를 SK 자원개발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있다. SK건설은 지난해 3월 에콰도르에서 하루 생산량 30만배럴 규모 마나비 정유공장 신설 프로젝트의 기본설계를 단독으로 수주했다. 설계에 대한 계약금액은 2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중동 시장 다변화에 초점

SK는 앞으로 중남미에서 자원개발과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등을 연계해 글로벌 자원영토를 넓히면서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SK식 사업 모델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중동에서는 플랜트 건설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력 및 IT 인프라 구축,주택 건축 등으로 다각화하고 쿠웨이트 등 일부 국가에 편중된 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SK C&C는 이미 지난해 6월 중동에서는 처음으로 두바이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중동 및 인근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지리정보 시스템(GIS) 구축사업 등과 관련한 신규 사업 발굴에 나섰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