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는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변화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대차가 내세운 'New Thinking,New Possibility(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라는 슬로건과 '모던 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전략이 상징하는 것도 질적 개선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해외공장 건설과 판로 확대로 요약할 수 있는 지금까지의 양적 팽창이란 성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이 깔려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현대차를 볼 때 판매대수보다 평균 판매단가에 주목해야 한다. 한 대를 팔더라도 이전보다 비싼 차를 팔아야 매출과 이익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대거 선보이고 있는 신형 그랜저 등 신규 차종은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질적 성장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대부분 생산량 700만대를 넘어서는 단계에서 한 차례 고비를 맞았다. GM과 도요타도 이 단계에서 가동률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품질에 문제가 나타났다. 생산 수준이 양적 팽창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질적 퇴보를 야기한 것이다.

현대 · 기아자동차 역시 내년이면 중국 제3공장과 브라질공장 완공으로 생산량 700만대 반열에 오르게 된다. '질'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단계다. 이 같은 시점에서 질적 향상에 집중키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다.

올해 현대차의 전 세계 생산량은 지난해 360만대보다 10%가량 늘어난 400만대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보수적으로 봐서 8% 증가한 390만대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생산량 증가에 비하면 저조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망하기에 앞서 연초부터 새 모델을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매출 규모 증가 이전에 수익성 개선을 예감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비용 · 고수익 판매구조가 정착되는 것이다.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의 근거로는 새 모델을 국내외에서 출시하면서 평균 판매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다. 신형 그랜저 출시 등으로 판매차종의 단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009년 12%에 불과했던 통합 생산라인 사용 모델이 지난해 32%,올해 67%로 확대되면서 원가 절감폭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브랜드 가치와 잔존가치(차량 구입 후 일정시간 경과시 가치)도 동반 상향되면서 저비용 · 고수익의 판매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이 이익은 공장도 가격과 소비자 판매가격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이익을 희생해 왔던 판매법인들에도 돌아가 현대차 세일즈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자동차금융 활성화를 통한 자산 확대로 현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의 이익기여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질적 성장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올 1분기부터는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연결재무제표를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비상장사인 현대캐피탈의 실적이 회사 재무제표에 반영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매출 38조7000억원에 영업이익 3조9000억원,당기순이익 6조4000억원의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신형 그랜저 · 엑센트 효과 기대해볼 만

현대차의 실적 호조는 올 상반기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지난해 11월 출시됐지만 비정규직 파업 등으로 판매가 미뤄졌던 엑센트의 신차효과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엑센트는 국내판매보다 해외판매를 겨냥한 수출전략형 모델이었지만,계획 당시 예상했던 1250원의 원 · 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수익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신형 엑센트는 환율 900원 이하에 대비해 만들어진 모델로,판매가 본격화되면 1100원대 환율에서 원가구조는 물론 수출마진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국내보다 한발 앞서 출시된 중국시장에서 월 1만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 나온 신형 그랜저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내수 평균 판매단가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내수판매에서 12~15%를 차지했던 그랜저는 현재 월 2000대가량 팔리며 비중이 3%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신형 그랜저가 출시되면서 이 비중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 평균 판매단가도 오르게 된다.

신형 그랜저의 가격대는 대당 3200만~3900만원으로,2250만원 수준인 현대차의 평균 내수 판매단가보다 크게 높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 판매목표를 올해 10만대,내년에는 11만대로 제시했다. 현재 추세로 보면 2월부터 월 1만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2월에 출시되는 벨로스터는 이전에 투스카니가 담당했던 빈 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판단된다. 2006년 3만822대,2007년 3만3481대,2008년 2만2120대가 판매됐던 투스카니는 제네시스 쿠페의 출시와 함께 단종된 상태다. 새로 출시되는 벨로스터는 쿠페와 해치백 디자인을 결합하고 '2+1 도어(1개의 운전석 도어와 2개의 조수석 전 · 후 도어)' 구조를 채택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6ℓ 가솔린 엔진에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한 성능에다 2000만원대 가격대로 젊은층의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단종된 차종이 부활한다는 의미가 있는 만큼 추가 판매대수 및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형 아반떼의 미국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기존 YF쏘나타에 신형 아반떼 판매가 더해지면서 올해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종전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쾌속 질주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연구위원 coolbong@ib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