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쿠폰녀'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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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인트라넷에는 '사랑방'이란 공간이 있다. 직원들이 훈훈한 소식이나 같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올리는 곳인데 최근 '쿠폰녀'가 떴다. 음식점 할인 쿠폰부터 빵집 쿠폰,가끔은 식품 공동구매 제안도 올라온다. 돈으로 따지면 큰 금액을 아끼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체감물가가 높을 때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이뿐 아니라 영화를 자주 즐기는 직원 중에는 시사회 이벤트에 응모해 남보다 한발 먼저 최신 영화를 보는 이들도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생필품 가격을 실시간 비교해주는 't-price'에 대해 알려달라는 지인들의 전화를 받았다. 명절 대목에는 특히 제수용품 값이 많이 오르기 때문에 과일 한 개,고기 한 근도 허투루 살 수 없다는 것이다. 't-price'에는 백화점 대형마트 재래시장별로 동일 품목의 가격이 상세히 나온다. 어디가 더 저렴한지 한눈에 알 수 있어 관심이 높다.
업무가 바쁘다 보니 장볼 틈이 없어 주 단위로 한꺼번에 물건을 사는 필자도 가격 비교는 물론 원산지와 영양성분까지 놓치지 않는다. 예전부터 시장에는 가급적 자녀들과 함께 가려고 노력해왔다. 무조건 '물자 아껴라'라는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몸소 체험하는 것이,부모가 어떻게 소비생활을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비싸 어려운 때든 아니든 간에 따져보고 비교하고 아끼는 습관은 참 소중하다. 특히 이런 것이 몸에 밴 젊은이들을 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알뜰한 소비생활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손품 발품이 필요하지만 요즘은 정보도 중요하다. 얼마 전부터 '소셜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반값에 이용하는 신종 쇼핑 형태가 늘고 있다. 소셜커머스는 주로 정보에 밝고 인터넷과 친숙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데 선뜻 사기가 망설여지는 물건을 반값에 부담 없이 사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실제 주변에서 음식점 마사지 영화티켓은 물론 컴퓨터 용품까지도 반값에 사는 경우를 봤다.
그런데 동전의 양면과 같이 '소셜커머스'에도 조심해야 할 측면이 있다. 문제 없이 잘 활용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한정된 기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부실한 서비스를 받거나,반값이 아닌 제 가격의 음식을 먹고 기분 상하는 경우도 생긴다. 공연의 경우 하루당 예약분이 소량으로 한정돼 원하는 날짜에 관람하기 힘든 불편도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저렴하다고 쿠폰을 자주 사다 보니 본의 아니게 할인쿠폰 충동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매 후 대개 3개월 이내에 써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면 할인받으려다 도리어 생돈을 버리게 된다. 물건을 싸게 사는 기회라 해도 본인에게 꼭 필요한지 정해진 기한에 쓸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쇼핑에도 안목과 소신이 필요하겠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인트라넷을 열어보는 필자도 은근히 '쿠폰녀'가 오늘은 어떤 할인소식을 올렸을까 궁금하다. 살림살이가 빡빡한 요즘 빙그레 미소 지을 기회를 주는 것,그것이 돈 아끼는 것보다 더 큰 소득인 듯싶다.
김영신 < 한국소비자원장 ys_kim@kca.go.kr >
설 명절을 앞두고 생필품 가격을 실시간 비교해주는 't-price'에 대해 알려달라는 지인들의 전화를 받았다. 명절 대목에는 특히 제수용품 값이 많이 오르기 때문에 과일 한 개,고기 한 근도 허투루 살 수 없다는 것이다. 't-price'에는 백화점 대형마트 재래시장별로 동일 품목의 가격이 상세히 나온다. 어디가 더 저렴한지 한눈에 알 수 있어 관심이 높다.
업무가 바쁘다 보니 장볼 틈이 없어 주 단위로 한꺼번에 물건을 사는 필자도 가격 비교는 물론 원산지와 영양성분까지 놓치지 않는다. 예전부터 시장에는 가급적 자녀들과 함께 가려고 노력해왔다. 무조건 '물자 아껴라'라는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몸소 체험하는 것이,부모가 어떻게 소비생활을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비싸 어려운 때든 아니든 간에 따져보고 비교하고 아끼는 습관은 참 소중하다. 특히 이런 것이 몸에 밴 젊은이들을 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알뜰한 소비생활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손품 발품이 필요하지만 요즘은 정보도 중요하다. 얼마 전부터 '소셜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반값에 이용하는 신종 쇼핑 형태가 늘고 있다. 소셜커머스는 주로 정보에 밝고 인터넷과 친숙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데 선뜻 사기가 망설여지는 물건을 반값에 부담 없이 사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실제 주변에서 음식점 마사지 영화티켓은 물론 컴퓨터 용품까지도 반값에 사는 경우를 봤다.
그런데 동전의 양면과 같이 '소셜커머스'에도 조심해야 할 측면이 있다. 문제 없이 잘 활용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한정된 기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부실한 서비스를 받거나,반값이 아닌 제 가격의 음식을 먹고 기분 상하는 경우도 생긴다. 공연의 경우 하루당 예약분이 소량으로 한정돼 원하는 날짜에 관람하기 힘든 불편도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저렴하다고 쿠폰을 자주 사다 보니 본의 아니게 할인쿠폰 충동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매 후 대개 3개월 이내에 써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면 할인받으려다 도리어 생돈을 버리게 된다. 물건을 싸게 사는 기회라 해도 본인에게 꼭 필요한지 정해진 기한에 쓸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쇼핑에도 안목과 소신이 필요하겠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인트라넷을 열어보는 필자도 은근히 '쿠폰녀'가 오늘은 어떤 할인소식을 올렸을까 궁금하다. 살림살이가 빡빡한 요즘 빙그레 미소 지을 기회를 주는 것,그것이 돈 아끼는 것보다 더 큰 소득인 듯싶다.
김영신 < 한국소비자원장 ys_kim@kc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