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면서 발급받은 뒤 사용하지 않는 '휴면카드'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현재 신한 현대 삼성 롯데 등 전업계 4개 카드사의 휴면카드는 1820만장으로 전체 발급카드 수(6711만장)의 27.1%에 달하고 있다.

휴면카드란 과거 1년 이상 사용한 적이 없는 카드를 말한다. 전업계 카드사가 발급한 카드 10장 중 3장은 사용되지 않는 '장롱 속 카드'인 셈이다.

회사별로는 롯데카드와 업계 1위 신한카드의 휴면카드 비중이 각각 29%,28%로 높은 편이었다. 롯데카드의 휴면카드는 329만장이고 신한카드는 828만장에 달했다. 삼성카드의 휴면카드도 352만장으로 전체 발급 카드 수(1314만장)의 27%를 차지했다. 현대카드는 휴면카드 비중이 2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현대카드의 휴면카드도 작년 3월 말 296만장에서 6월 말 301만장,9월 말 311만장,12월 말 318만장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카드가 작년 카드 발급을 늘림에 따라 휴면카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작년 3분기 말 현재 현대카드 신용카드 회원 수는 836만명,발급 카드 수(개인회원 기준)는 1141만장으로 간발의 차이로 삼성카드(817만명,1013만장)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전체 20개 카드사의 휴면카드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휴면카드는 작년 3월 말 2998만장에서 6월 말 3037만장,9월 말 3084만장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체 신용카드에서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다소 낮아졌지만 절대 휴면카드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카드사들의 마케팅이 치열하다보니 휴면카드의 증가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별로 휴면카드 해지를 유도하거나 카드 발급 경쟁을 자제시켜 휴면카드 발생을 줄일 계획이다. 남명섭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서비스실장은 휴면카드 증가세에 대해 "불필요한 카드발급에 따른 가계 신용도 하락이 우려된다"며 "무리한 마케팅으로 현금서비스 한도나 부가서비스가 늘어나는 등 카드사 건전성에도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