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개축 둘러싸고 분쟁...미 정부도 입장 난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절친한 사업가와 송사에 휘말린 러시아 의회 의원이 암살 위험을 호소하며 미국으로 도피, 망명을 고려하고 있다.

러시아의 갑부 의원인 아쇼트 에기아자리안(45)은 최근 서방언론과는 처음으로 A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러시아 억만장자인 술레이만 케리모프 및 유리 루쉬코프 전 모스크바 시장 등을 사기혐의로 고소하고 나서 신변 위협을 느껴 지난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도피한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현재 본국에서 경제범죄로 기소된 상태다.

이번 소송은 모스크바 부동산의 노른자위 자리인 모스크바호텔을 놓고 벌어졌다.

크렘린궁 지척에 있는 모스크바호텔은 구소련 시대에 지어진 건물로, 이 터에 5성급 호텔을 개축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에기아자리안 의원은 이 프로젝트에서 20억달러 상당의 지분을 지키려는 과정에서 지난 2년간 경찰의 단속과 음해, 살해 협박 등 당국과 업자로부터 각종 고초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온 후 지난해 9월 케리모프 등이 모스크바호텔 개축 프로젝트를 강압적으로 인수했다며 키프로스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을 검토한 법원은 이후 케리모프의 자산 60억달러를 비롯해 에기아자리안의 전직 동업자들 자산을 동결했다.

이 가운데는 지난해 모스크바 시장직에서 퇴출당한 루쉬코프를 비롯해 푸틴 총리의 오랜 유도 친구로 유명한 아르카디 로텐베르그도 포함돼 있다.

케리모프 등은 법원의 결정에 즉각 항소했으며 키프로스 법원은 몇주 안으로 판결할 예정이다.

이번 법정 분쟁은 양측이 상대방을 비방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함에 따라 온라인에서도 화제로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7일 에기아자리안의 친척 1명이 아스트라한에서 총격을 받아 숨졌고, 에기아자리안 의원은 이 사건이 자신의 소송 탓으로 보고 있다.

케리모프 측 변호인은 에기아자리안 의원의 주장이 "완전한 날조"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에기아자리안 의원이 망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 정부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아프가니스탄전쟁 및 북한.이란 핵문제 등에서 도움이 필수적인 미국으로서는 러시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부에서조차 개혁 필요성을 인정하는 러시아 사법 시스템에 에기아자리안 의원을 넘겨주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