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자금 의혹으로 김승연 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한화그룹과 검찰이 정식 재판을 앞두고 증거 인멸 여부를 둘러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화그룹이 청계산 비닐하우스에 중요 서류를 숨기는 등 조직적인 수사 방해 행각을 벌였다"며 기소 이후에도 수사 방해 혐의를 계속 밝히겠다고 장담했다.

검찰이 증거인멸 장소로 지목한 청계산은 김 회장은 물론 한화그룹 관계자들에게도 '아픈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곳이어서, 일각에서는 검찰이 비자금 조성 혐의 못지않게 증거인멸 수사에도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07년 김 회장이 구속된 '보복폭행' 사건의 현장이 하필 청계산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둘째 아들을 폭행한 가해자들을 청계산 공사장으로 납치해 폭행했다는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으나, 결국 법원에서 해당 사실이 인정돼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선고가 확정됐다.

이번 비자금 수사 결과 증거인멸 장소로 청계산이 또 거론되자 인터넷 등에서는 '김 회장이 청계산과도 악연(惡緣)이 있느냐' '청계산에 그룹 시설이 있는가' 등의 댓글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한화의 경비용역업체인 S사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말 회사에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핵심 서류철을 청계산 비닐하우스에 숨겼다가 적발됐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S사가 그룹 계열사가 아닌데다 이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의 발단도 경비원들의 압수수색 저지 혐의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들어 '청계산 서류 은닉'이 이번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6일 "S사 관계자의 집 인근에 야산 비닐하우스가 있었을 뿐이라 이 문제를 그룹과 연관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내부적으로 가슴 아프게 여기는 장소가 거론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S사가 실제 김 회장의 소유인 '위장계열사'로 확인된 점 등을 토대로 그룹 측이 자료 은닉에 개입했을 개연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은 김 회장과 홍동옥 전 재무총책임자(CFO) 등 그룹 관계자 11명을 배임ㆍ횡령ㆍ세금포탈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구정 연휴 이후 수사방해 혐의와 관련된 보강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