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선고 두려움에다 물증 없어 '버티기' 관측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삼호주얼리호 석해균(58) 선장에게 총을 난사한 범인으로 수사 초기부터 지목된 소말리아 해적 마호메드 아라이(23)가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는 이유는 뭘까?
김두찬(61) 갑판장을 비롯한 한국인 선원 2명이 아라이의 총격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대질신문에서도 이를 확인한데다 다른 한국인 선원 1명과 아울 브랄렛(19) 등 나머지 해적 4명이 아라이를 범인으로 지목한 상황에서도 정작 자신은 끝까지 총격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아라이가 해경수사 첫날 한때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가 다른 해적들이 자신을 지목하자 입장을 180도로 바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삼호주얼리호 해적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아라이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원인으로 꼽았다.

범행을 시인해 해상강도 살인미수죄가 적용되면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일단 부인하고 보자'는 것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6일 "아라이가 극도로 긴장한 가운데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기초적인 혐의사실도 부인하는 이상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초기 '총기를 만져본 적도 없다'고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지난 5일에는 '총은 소지하고 있었다"고 말을 바꾼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수사본부는 설명했다.

또 아라이는 총격혐의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물증이 제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당시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총격장면을 똑똑히 목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논리를 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라이가 김두찬 갑판장 등과의 대질신문에서 "어떻게 저 사람들이 내가 선장에게 총을 쐈다고 확신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는 게 수사본부 관계자의 말이다.

수사본부는 그러나 아라이가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이는데다 심경변화 조짐도 없지 않아 일순간 모든 혐의를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