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어제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오는 14일부터 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잠정 합의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간 여야 영수회담도 조속한 시일 내에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손 대표가 '예산안 날치기'에 대한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거듭 요구, 제동을 걸고 나섬으로써 영수회담은 물론 순조로운 국회정상화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설 연휴를 감안해도 2월의 절반이나 지난 늦은 시점에 임시국회를 여는 것 자체가 정치권의 분명한 직무유기다. 그런데도 이마저 불투명한 상황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번 연휴 동안 지역구를 방문한 의원이라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이 얼마나 싸늘한지 분명히 확인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과학벨트나 개헌 등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지만 정작 서민들에겐 두 배 이상 오른 식탁물가, 무주택 서민들을 울리는 전셋값 폭등, 축산농가를 초토화시킨 구제역 파동 같은 민생의 어려움이 발등의 불이다. 먹고 살기가 힘든 판에 정치권이 이렇게 민생과 동떨어져 있어서는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금 정치권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둘러싸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문제는 있었지만 예산안의 법정기한 내 처리는 국회의 당연한 의무다. 게다가 2월 임시국회 개회는 국회법으로 규정돼 있다. 국회를 여는 것에 조건을 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 만큼 여야는 원내대표 간 합의된 임시국회 일정을 준수,민생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가폭등, 전세난, 구제역 등 당면 현안들에 대한 정부 대책이 적절한 지를 따져서 필요하다면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비롯한 해묵은 경제 · 민생 관련법안들도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처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