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증시 출발은 좋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집트 유혈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연휴 전 사흘간 2.03% 하락했으나 연휴 동안 열린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대부분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회복,유가 급등세 진정 등도 긍정적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증시는 초반 강세를 보이다 이집트 사태 추이와 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등에 따라 방향을 잡아갈 것으로 진단했다.


◆연휴 동안 글로벌 증시 반등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국내 증시가 휴장한 지난주 후반 사흘(2~4일)간 2.61% 상승했다. 기업 실적 개선에다 이집트 사태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덕이었다. 미국 다우지수도 2~4일 0.43% 올랐다. 한국시간으로 2일 아침에 끝난 1일까지 포함하면 1.68% 오른 셈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연휴 동안 나온 미국 경제지표들이 견조한 경기회복세를 확인시켜주면서 다우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1월 취업자수(비농업)는 폭설로 인해 시장 예상에 못미쳤지만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와 비제조업지수 모두 5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일 하루만 열린 홍콩 증시(H지수)도 1.40% 상승했고 러시아(0.97%) 영국(0.66%) 독일(0.44%) 등도 강세를 나타냈다.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와 펀드 자금 유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인도주식시장이 0.07% 하락했고 브라질은 3.79% 급락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휴 기간 불확실성으로 인해 부진했던 국내 증시는 이번 주 초 거래를 통해 해외 증시 상승분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국제 유가가 재차 배럴당 90달러대로 진입한 점도 긍정적"이라며 "지난달 기업 이익 상향조정으로 국내 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10.2배로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상승 쪽에 무게를 실었다.

◆3대 변수가 증시 향방 좌우

국내 증시가 중장기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은 유효하지만 국내외 3대 변수에 따라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3대 변수는 국내 금리인상 여부,이집트 사태 추이, 외국인 순매수 재개 여부다.

우선 11일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이 관심을 끈다. 지난 1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는 4.1%로 예상치(3.8%)보다 높게 나와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오 팀장은 "금리 인상이 정상화되는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지만 2개월 연속 인상이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일로 예정된 2월 옵션만기도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변수로는 이집트 사태 추이가 여전히 주의깊게 봐야 할 대목이다. 이 부장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9월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한 고비는 넘겼으나 즉각적인 퇴진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이집트 시위가 주변국으로 확산될 경우 유가가 들썩일 수 있어 이 경우 국내 경제나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춘제(春節 · 설) 연휴 이후 긴축 강화 움직임도 주목할 만한 변수로 꼽힌다.

외국인 순매수 행진에 제동이 걸린 점 역시 부담이다. 외국인은 연휴 전 사흘간 1조원 가까운 주식을 내다 팔았다. 전 세계 뮤추얼펀드 동향을 제공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한국 관련 4개 펀드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44억9200만달러가 빠져나가 2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오 팀장은 "한국 투자비중이 높은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나 아시아펀드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고 있어 이런 기조가 고착화된다면 외국인 매수는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증권사들은 이번 주 하이닉스와 제일모직을 복수 추천하는 등 주로 정보기술(IT) 자동차부품 금융주를 유망주로 꼽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스엠 가비아 STS반도체 등이 추천을 받았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