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졌던 일본 기업들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자국 기업 간,또는 해외 업체들과의 합병 및 동맹 등을 통해 세계시장 지배력 강화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시장 판도에도 심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움직임이다.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은 최근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조강능력 세계 6위인 신일본제철과 23위인 스미토모금속이 합치면 연간 조강생산량이 4800만t에 달해 일거에 세계 2위로 뛰어오른다. 세계 철강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임은 물론이다.

전자 · IT 분야도 마찬가지다. 일본 샤프는 대만의 치메이에 TV용 LCD패널 전력절감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중형 패널을 저렴하게 조달하는 동맹을 맺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히타치제작소는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훙하이정밀공업과 LCD패널 생산에서 합작키로 함으로써 중소형 LCD패널 세계 1위의 기반을 마련했다. NEC는 중국 최대 컴퓨터 제조업체인 레노보와 컴퓨터 부문 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세계 3위 D램 생산업체인 엘피다는 파워칩테크놀로지 등 대만 업체와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본 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은 우리 기업들에도 직접적 위협일 수밖에 없다. 당장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의 합병으로 초대형 철강업체가 탄생하면 포스코의 세계 순위가 6위로 한 단계 밀려나면서 교섭력 약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반도체 LCD 등의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이 대만 기업 등과 손잡는 것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우리 기업들은 보다 긴장감을 갖고 대응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기업의 반격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장기적 플랜을 세워 과감히 투자하고, 연구개발 노력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해외기업 인수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 대형화의 강점을 먼저 취할 필요가 크다.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우리 기업들의 혁신과 재무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