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이 정당한 기준으로 미래가치까지 포함해 산정한 비상장법인 주식가치는 인정돼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장상균 부장판사)는 비상장법인인 연예기획사 지엠기획의 소액주주 조모씨가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지엠기획은 2006년 4월 코스닥 상장법인인 엠넷미디어㈜와 기업합병하면서 두 회사의 주식을 교환(지엠 1주당 엠넷 2.8주)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회계법인이 비상장법인이던 지엠기획의 1주당 가치를 1만6822원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지엠기획의 주주 조씨는 같은 해 7월 기업합병에 따라 지엠기획 주식 16만주 대신 엠넷미디어 신주 45만주를 받았다.

그러자 과세관청은 지엠기획의 과거 영업이익 등을 감안할 때 지엠기획 1주당 가치는 1004원이라고 보았다. 회계법인 평가액의 약 17분의 1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과세관청은 조씨가 지엠기획 주식을 정당한 사유 없이 비싸게 넘긴 대가로 증여이익 30여억원을 얻었다고 보고 2009년 증여세 18여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비상장법인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기업과 과세관청이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은 증권거래법이 위임한 '유가증권의 발행 및 공시 규정'에 따라 '향후 2년의 추정이익'을 감안해 회계법인이 산정한 비상장법인 주식 가치를 따른다. 반면 과세관청의 기준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에 따라 지난 3년간 비상장법인이 낸 이익이었다. 과세관청과 회계법인이 각각 산정한 비상장법인 주식 가치가 30% 이상 차이가 날 때 과세관청은 세율 10~50%의 증여세를 부과,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세금 폭탄'을 맞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재판부는 "특수관계가 아닌 기업 혹은 개인 간 거래액이 과세관청 평가액과 다르다는 이유로 과세한다면 '사적 자치' 침해"라며 회계법인의 가치 평가에 절차상 문제가 없는 이상 자율적인 비상장주식 거래에 과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과거'에 초점을 맞춘 과세관청의 판단이 '미래'를 중시하는 회계법인의 방식에 비해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강석훈 변호사는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간 합병 때 주주들이 이 같은 증여세 문제에 노출된다"며 "향후 유사한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