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권사들 간에 주식워런트증권(ELW) 가격인하 경쟁에 불이 붙었다. ELW시장이 성숙단계에 들어선 데다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하는 증권사가 늘어 고객 잡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LW 마진이 급감하자 ELW 발행을 중단하는 곳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ELW 발행에 뛰어든 노무라금융투자는 최근 대형마트의 통큰 치킨에 빗댄 이른바 '통큰 ELW' 전략을 내걸고 저가 ELW로 고객 확보에 나섰다. 이혜나 노무라 이사는 "원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옵션 내재변동성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원가를 낮췄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같은 기초자산의 ELW 상품을 싸게 사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LW 원가는 기초자산 가격과 내재변동성 등을 감안해 결정된다. 여기에 헤지거래용 각종 수수료와 세금,인건비 등의 비용이 붙는다. ELW 발행가격은 원가와 비용을 토대로 LP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여서 고평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최근 ELW 경쟁이 가격인하 경쟁으로 번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A증권 ELW 트레이더는 "직접적인 가격경쟁을 피하려고 증권사마다 기초자산과 만기일을 엇갈리게 발행하는 게 업계의 암묵적 규칙이었지만 최근엔 유명무실해졌다"며 "다른 증권사 ELW와 비슷한 종목을 더 싸게 내놓는 증권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성장세는 주춤한 반면 플레이어는 늘어 저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옵션상품보다 비싼 수준을 나타내는 ELW 할증률이 지난해 3월 17%에서 12월 8%로 낮아진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국내 ELW시장의 LP는 28개로,ELW 세계 1위인 홍콩(20개)을 넘어섰다. 특히 맥쿼리증권 도이치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급성장하는 국내 ELW시장에 적극적이다. LP의 신뢰도가 중요한 상품 특성 상 외국계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른 장외 파생상품으로 내부 헤지거래를 다양화하고 장외옵션 수수료를 낮추는 등 원가절감에 주력하고 있지만 마진이 줄어 고심하고 있다. B증권 관계자는 "하루 1000억원 이상 거래하는 6~7개 증권사라면 몰라도 하루 1억원도 거래하지 못하는 후발주자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전산유지비를 감안할 때 지난해 ELW 수익이 2억원에 못 미치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한 국내 증권사가 이런 문제로 작년 말 ELW 발행을 잠정 중단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ELW 전략에서 가격은 일부분일 뿐 저가가 정답은 아니다"며 "호가제시 성실성,변동성 관리능력 등도 LP들의 브랜드 경쟁요건"이라고 말했다. 김영 거래소 상품관리팀장은 "오는 5월 신규 투자자 교육 의무화가 완료되면 시장은 더욱 안정화할 것"이라며 "상품 경쟁이 본격화된다는 것은 시장이 성숙해가는 신호"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