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시계는 아직 12시(정점)를 가리키고 있지 않습니다. "

동화 속 신데렐라가 자정이 되기 전 파티장을 빠져나가야 하듯 투자자들도 증시가 정점에 달하기 전에 미리 빠져나와야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 같은 '신데렐라 전략'은 주가가 오르내리는 사이클을 도식화한 '투자시계' 개념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BOA메릴린치는 6일 글로벌 주식전략 보고서에서 경기와 물가의 부침에 따른 자산가격 변화를 시간대별로 나눈 뒤,시곗바늘이 아직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신흥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구간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투자시계는 잠재성장률만큼 경기가 확장되고,물가 상승은 제한적인 '리플레이션 타임'(9~12시)에 위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작년까지 리플레이션 구간에선 주식자산의 수익률이 연 평균 17.8%로,채권(3.1%) 원자재(1.7%)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선진국보다 브릭스(BRICs)를 비롯한 이머징 증시가 강세였다.

마이클 팬 BOA메릴린치 투자전략가는 "이머징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경기에 민감해 경기확장기 자산가격 상승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팬 전략가는 "신흥국 물가가 치솟으면서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는 선진국의 일시적인 양적완화 때문"이라며 "선진국 물가는 여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어서 투자시계는 당분간 리플레이션 구간에 머물 전망"이라고 말했다. 채권 대비 주식,선진국 대비 한국과 이머징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한편 투자시계가 인플레이션 타임(12~3시)으로 넘어가면 경기는 확장되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오히려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구간에서는 원자재의 기대 수익률이 주식보다 높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타임(3~6시)은 주식 투자수익률이 가장 낮은 증시 침체기다. 과거 이 구간에서 주가는 14.0% 하락하며 투자자산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 타임(6~9시)에 접어들면 물가가 안정되면서 주식도 바닥을 지나 서서히 반등을 시도하게 된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