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씨 "죄 없기에 국정원에 출석하지 않겠다"

"정말 지긋지긋하네요. 언제까지 국가보안법이 저를 옭아맬지 한숨만 나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교조 소속 전 교사 김형근(52)씨가 또 같은 혐의로 국가정보원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국정원 직원들은 27일 오전 8시20분부터 3시간가량 서울 장위동 김씨의 숙소와 낙원동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김씨의 수첩과 메모장, 은행송금 전표, 컴퓨터 하드디스크, 범민련 간부 명함 등을 압수했고 31일 자진 출두하라고 명령했다.

국정원은 김씨가 활동하는 인터넷카페 '통일 파랑새'에 올린 글이 국보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그동안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만한 일을 하지 않았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말만 올렸다"며 "가장 최근에는 '남북 대화에 응해주신 남측 정부에 감사하다.

대화 제의를 계속해 주신 북측에도 감사하다' 이렇게 한 줄 란에 적은 것밖에 없는데도 국정원이 나를 또 국보법으로 옭아매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끊임없이 반복해 고통을 주고 한 인간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 국가권력은 대체 무엇이냐"며 반문한 뒤 "아무런 죄가 없기에 자진 출석하지 않겠으며 강제로 끌고 가면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5년 5월말 전북 임실군 관촌중학교에 근무할 당시 순창군 회문산에서 열린 '남녘 통일 애국 열사 추모제' 전야제에 학생, 학부모 등 180여명과 함께 참가하고 평소 이적표현물을 소지하며 이를 각종 행사 등에서 전파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심 재판부는 "김씨가 학생들을 데리고 '남녘 통일 애국열사 추모제'에 참가해 이적 표현물을 소지하고 이를 각종 행사에서 전파했다는 공소사실은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남녘 통일 애국열사 추모제'와 관련해 그 상징성에도 구체적인 사정과 현실을 감안해 자유민주주의의 정통성을 해칠만한 실질적 해악성이 없거나 인식이 없었다고 판단했고,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전북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집시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다섯 차례 투옥돼 3년가량 옥살이를 했다.

1999년 교사로 뒤늦게 임용돼 2006년 2월까지 임실 관촌중에 있다가 군산 동고로 자리를 옮겼고 전교조 전북지부 통일위원장, 전북통일교사모임 사무국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교육문화공간인 '향'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sollens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