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경찰관 어머니 강도치사 사건의 피의자로 아들이 체포돼 경찰조사를 받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28일 아들인 이모 경찰관을 체포해 존속살해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결과 일부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모순되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정황증거 뿐이고 피의자가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관 어머니 살해 용의자로 아들 체포 = 대전둔산경찰서는 28일 경찰관 어머니 강도치사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피해자의 아들인 경찰 고위간부 이모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앞서 이날 오전 2시30분께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오전 10시께 서구 둔산동 앞 길에서 이씨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1일 오후 11시27분께 대전 서구 탄방동 모 아파트 자신의 어머니(68)의 집에서 어머니를 발 등으로 폭행해 사건 발생 5시간만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안전모를 쓴 채 강도로 위장해 어머니의 집에 침입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이씨 모친의 사인은 흉강내 과다출혈에 의한 쇼크사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망 시각은 새벽 4~5시께로 추정된다.

경찰은 CCTV 녹화 화면상 이씨가 11시 27분께 어머니의 집으로 들어가 49분쯤 내려온 것으로 미뤄 20여분간 사이에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다음날 0시18분께 옷을 바꿔 입고 다시 어머니의 집을 방문, 어머니와 함께 안방에서 잤으며 오전 6시께 어머니가 숨진 것을 발견하고 경찰서를 직접 찾아 신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당초 단순 강도범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도주로로 예상되는 CCTV를 확보해 19곳 1천304대에 찍힌 녹화화면을 분석하는 한편 용의자 15명의 알리바이를 추적한 결과 이씨의 알리바이가 불분명한 점 등에 착안, 이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내가 어머니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유력한 증거는 '안전모'와 '모순된 진술' = 경찰은 이씨가 사건 발생 전날인 지난 20일 낮 대전 모 오토바이센터 인근 CCTV에 피의자가 범행 당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오토바이 안전모를 구입하는 장면이 녹화된 점 등을 가장 결정적인 증거로 보고 있다.

이씨는 안전모를 사는 데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구입했으며, 안전모의 행방에 대해서는 "CCTV에서 안전모를 쓴 용의자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의심받을까봐 길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가 산 안전모가 사건 현장 CCTV에 찍힌 안전모와 같은 색상이고 비슷한 모양인 점 등으로 미뤄 동일 제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당일 이씨의 알리바이도 불분명한 상황.
이씨가 이날 오후 10시58분께 순시를 하기 위해 지구대를 방문했다 나간 것까지는 CCTV에 녹화된 상태로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는 당초에는 진술을 하지 않다가 이날 둔산동의 한 아파트 앞 공원에서 산책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동선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경찰은 당시 공원의 CCTV를 확보, 이씨의 행적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관계자는 "이씨가 어머니의 신음 소리를 듣고 걱정돼 집에 찾아갔다는 시간에 어머니 집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마신 기록이 CCTV 분석을 통해 추가로 드러났다"면서 "급박하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음료수를 마신 상황이 이해되지 않고 사건 당시에는 이 같은 진술을 하지 않았던 부분도 미심쩍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 범죄 현장에서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지 않은 점, 경찰임에도 범죄 현장을 청소하는 등 훼손하는 등의 부분도 석연치 않아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고 말했다.

◇결정적 증거 부족‥남은 의문점들 = 현재까지 확보된 단서들이 범행의 결정적인 증거로 보기 어려운 점들이 있어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피해자의 안경에서 발견된 이씨의 지문은 이씨 스스로도 진술했듯 어머니의 몸에 결박돼 있던 청테이프를 풀던 과정에서 지문이 남아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유력한 단서는 되기 어렵다.

피해자 아파트의 안방과 거실, 옆방 등에서 족적 네 점 발견됐고 이는 이씨가 신었던 등산화와 일치하는 것으로 국과수 분석결과 확인됐지만 추후 어머니의 강도 피해사건 현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 증거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대여섯살배기 어린 외손자들 외에는 목격자도 없고 무엇보다 이씨가 "내가 어머니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면서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어 조사도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재산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부동산.동산 합쳐서 12억5천만원 정도 되며 사망시 탈 수 있는 보험금은 최대 1억1천만원 정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씨의 재산관계에 대해서는 이씨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어 오늘 오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주식 거래 내역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친.인척들이 면접을 회피하고 있어 사실관계 구증에 어려움이 있으나 필요하면 소환도 할 예정"이라면서 "정확한 범행동기에 대한 조사는 프로파일러 등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