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다운로드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 달리는 차 안에서 영화 한 편을 10초 이내에 전송받을 수 있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 어드밴스트'를 한국이 세계 최초로 시연한 지난 25일.지식경제부 내에선 이런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관계자는 "지경부가 한 달 동안 고생하며 준비했는데 방통위가 공을 가로챘다"고 지적했다.

발단은 방통위의 '엠바고(보도제한) 파기'.당초 지경부와 방통위는 'LTE 어드밴스트 시연' 보도자료를 26일 조간용으로 배포했다. 그런데 방통위가 출입기자들에게 '25일 석간부터 보도 가능하다'고 알렸고,방통위 출입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방통위가 기술 개발을 주도한 것처럼 기사가 쏟아지자 지경부가 발끈한 것.

방통위는 '엠바고 시간 착오에 따른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지경부는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방통위가 처음에는 LTE 어드밴스트 시연회를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김황식 국무총리가 시연회에 참석한다니까 뒤늦게 끼어들었다"며 "보도자료도 지경부가 다 만들었는데 방통위가 자기들 작품인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번 일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 보면 정보통신정책의 주도권을 둘러싼 두 부처의 '기싸움' 성격이 짙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산업 정책은 지경부,규제 정책은 방통위로 역할 분담이 이뤄진 뒤 두 부처가 주도권 경쟁을 벌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란 것이다. 부처 이기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번 LTE 어드밴스트 시연회는 1995년 세계 최초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상용화와 2005년 세계 최초의 와이브로 기술 상용화를 잇는 역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퀄컴,핀란드 노키아 등 세계적인 통신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차세대 통신기술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런 기술이 부처 간 주도권 다툼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의 바람이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