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캐럴이란 영국 청소부는 2002년 복권 당첨금으로 180억원을 받으면서 사람이 달라졌다. 호화주택을 사고 툭하면 파티를 열었다. 코카인을 매일 흡입한데다 자동차와 장신구에도 돈을 물쓰듯했다. 부인은 남편에게 질려 딸을 데리고 떠나버렸다. 이후 거리의 여인들에게 빠져들었다. 현재 주 42파운드의 실업수당으로 살아가는 캐럴은 "가는 곳마다 돈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들이 따라다녔다. 파티가 끝나서 차라리 후련하다"고 털어놨다.

1988년 160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된 미국 노동자 윌리엄 포스트는 탕진 속도가 훨씬 빨랐다. 집과 자가용 비행기를 사들이고 동생들에겐 가게를 차려줬다. 당첨후 석 달 만에 빚이 생겼다. 이혼도 여섯 번이나 했다. 온갖 소송에 휘말려 변호사를 사는 데도 적잖은 돈이 들어갔다. 당첨금은 물론 가정까지 잃고 말았다. 미국의 사업가 잭 휘태커는 2900여억원이란 천문학적 당첨금을 거머쥐고도 빈털터리가 된 케이스다. 당첨 후엔 기세 좋게 복권판매상에게 집과 차를 선물하고,자선단체에 통큰 기부도 하며 맘껏 기분을 냈다. 도박에도 빠져들었다. 그렇게 전액을 탕진하는 데 딱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최근 영국 언론은 로런스 캔들리시라는 복권 당첨자의 기구한 스토리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그는 당첨금 100억원을 받아들자 그야말로 꿈이 실현됐다고 믿었단다. 한 동네에 집 7채를 사서 가족 친지들과 오순도순 모여 살 때만 해도 부러울 게 없었다. 그러나 폭력배들이 집과 차에 불을 지르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절친한 친구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스페인 코스타 블랑카 해안 휴양지로 이주해 새롭게 출발했지만 거기서도 모든 게 엇나갔다. 자신과 누이,어머니의 집을 압류당했고 운영하던 술집도 남에게 넘어갔다. 부친이 목을 매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캔들리시는 얼마전 스페인 공항에서 영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당첨금의 마지막 한 푼을 지금 막 날렸다. '

복권 당첨 후엔 전보다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큰 집으로 이사하는 등 생활방식을 바꾸면서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탓이다. 물론 결과가 좋은 경우도 있다. 당첨을 통해 인생역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항심(恒心)을 갖고 겸손하게 살아야 돈의 힘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