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의 진화'라는 말을 즐겨 쓴다. 새로운 첨단 사양을 갖춘 신차들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사실 자동차는 1800년대 중반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진화해 왔다. 자동 와이퍼가 달렸을 때도,전기 배터리가 처음 적용됐을 때도 자동차 진화론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라디오가 차 안으로 들어왔을 때 '자동차 혁명'이란 말과 '진화의 끝은 없다'는 미사여구로 지면이 채워졌다. 에어백이 나오자 사람들은 '인간 생명 연장의 꿈'이 이뤄졌다고 외쳐댔다.

무엇보다 진화의 핵심은 운전자의 역할을 줄이는데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Car-2-X' 시스템은 자동차와 자동차가 서로 소통하는 기능이다. 다시 말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목표인데,사고위험을 줄이려는 적극적 안전시스템으로 보면 된다. 볼보에 탑재돼 있는 '블리스(BLIS,Blind spot information system)'는 주행 중 운전자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좌우 사각 지역 위험을 미리 알려준다. 사이드 미러 하단에 소형 카메라가 위험물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경고등이 들어온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스스로 주차 각도를 측정,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시스템을 작동하면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페달만 밟아주면 된다.

자동차 진화는 영상기술 발전과 맥락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카메라가 자동차에 부착되고,셀 수 없는 센서가 곳곳에 부착돼 유기적으로 정보를 판단해 내는 식이다. 인피니티에 적용된 '어라운드 뷰(Around view)'는 운전자가 밖에서 자동차를 직접 둘러보는 것과 같은 360도 각도 영상을 보여준다.

최근 각광받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주행조건을 인간이 정해주고,하이브리드 시스템 가동 여부를 자동차 스스로 판단토록 했다는 점에서 똑똑한 자동차로 평가된다. 코너링 때 차의 기울기를 현재보다 훨씬 많이 부여해 뒷바퀴가 밀리지 않도록 한 것도 첨단 기능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자동차의 진화에도 불구,소비자들의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기계가 인간보다 정확하지만 오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영화 '다이하드4'에 등장한 '파이어 월(Fire wall)'은 첨단 시스템의 위력이 엄청난 재앙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윌 스미스가 등장하는 영화 '아이 로봇'은 로봇도 스스로 지능의 진화를 일으키며 하나의 생명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이동수단'이라는 기초적인 명제를 지니고 있는 공산품이다. 이 때문에 반드시 안전성이 수반돼야 한다. 기계 문명의 발달로 인류가 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달려야 할 때 달리고,서야 할 때 서는 자동차 개념은 아직 크게 바뀐 것이 없다는 의미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