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경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사진)은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수출에 대해 "이르면 다음달께 인도네시아에서 좋은 소식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공개(IPO)와 관련해선 "6월께 신주를 발행해 상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AI의 사업계획과 현안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T-50 수출 실패 끝 아니다

그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T-50 수출이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가장 안타까운 점은 KAI의 꿈이자 과제인 T-50 수출을 성사시키지 못한 것"이라며 "항공산업은 정부 지원과 막대한 투자가 동반돼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T-50 수출 실패를 통해 상대방 국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방법과 패키지 딜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를 배웠다"고도 했다.

그는 "도전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폴란드 미국 등에서 새로운 수출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유도요노 대통령이 이달 중 한국에 특사를 파견해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T-50 도입에 대한 최종 조율 작업을 가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달께 좋은 소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에선 지난해 말 T-50 시험 비행을 하고,미국 측도 경남 사천공장을 둘러보는 등 협상이 무르익고 있다"고 덧붙였다.

KAI는 올해 T-50 수출을 성공시키고 2030년까지 1000대(250억~300억달러)를 판매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수출을 통해 2조여원의 개발비용을 뽑아내고 차세대 수출 품목으로 키워낸다는 전략이다.

그는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가 없어 신규 사업이나 투자를 앞둘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공개와 지분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금융공사 주도로 6월께 신주 발행을 통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신주 발행 규모와 향후 지분 매각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KAI 지분은 정책금융공사가 30.5%,현대자동차 두산DST 삼성테크윈이 각각 20.5%를 갖고 있다.

◆B787-9 사업 참여로 기술력 확보

B787-9 프로젝트 참여가 국내 민항기 자체 개발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김 사장은 "처음으로 1차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자평했다. B787(보잉 787 드림 라이너) 시리즈는 보잉사가 100억달러를 들여 개발한 것으로 기체의 일부를 가벼운 첨단 소재로 만들어 연료 효율이 20% 이상 높다. 보잉 777기 이후 최초의 신형 항공기 시리즈로 대당 가격이 2억달러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B787-8은 양산에 들어가 글로벌 항공사에 인도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매출 1조3000억원,영업이익 1020억원을 달성했다"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네 자릿수 영업이익을 낸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99년 KAI 창립 당시 군수부문이 매출의 80%를 차지했지만 이젠 민수부문에서 50%가량의 매출을 일궈내는 등 안정적 사업구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인터뷰 내내 3000여명에 이르는 항공기 개발 · 생산 인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1500여명의 기술 인력을 포함한 3000여명의 직원들은 짧은 시간 동안 KT-1,T-50,수리온 헬기 등을 개발한 항공전문가"라며 "반도체,자동차,조선에 이은 한국 미래산업의 먹을거리를 책임질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과제와 중장기 계획에 대해선 "국책연구개발사업인 한국형전투기(KF-X),한국형공격헬기(KAH),중형항공기 개발 등에 참여해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계획"이라며 "2020년에는 매출 4조2000억원을 달성,세계적 항공우주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