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사회적 위해범'으로 간주해 무조건 처벌하는 것이 능사일까.

공무집행방해사범을 처리하는 경찰 전담수사반 설치의 단초가 된 충북지역 존속상해 사건에 대해 법원이 화두를 던지고 나섰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박형건 판사는 12일 어머니와 부인을 폭행한 혐의(존속상해 등)로 구속기소된 김모(45)씨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씨는 석방됐다.

이 사건은 경찰이 지구대에서 자주 행패를 부리던 김씨가 어머니와 부인을 상습 폭행했다는 것을 밝혀내 법정에 세운 것으로, 김씨는 지난해 10월 중순 구속됐다.

충북경찰청은 대부분의 공무집행방해사범이 가정에서도 통제 불능일 가능성이 크고 이웃에도 피해를 주는 '사회적 위해범'일 개연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공무집행방해사범 전담수사반을 경찰서별로 편성했고, 이는 지난해 말 전국 경찰서로 벤치마킹됐다.

그러나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에 대한 실형이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집행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존속상해죄는 처벌수위가 최고 징역 10년에 달하는 무거운 범죄에 해당하지만, 가족 구성원에게 법적 잣대를 들이대 격리 조치를 취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충고한 것.
박 판사는 "피고인이 모친과 부인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것은 죄질이 좋지 않다"고 전제한 뒤 "정신병원 입원 문제, 가족 불화 및 피해의식이 범행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 김씨가 폭행을 일삼게 된 계기가 있었음을 명백히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법원이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집행유예 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자칫 보복범죄를 초래할 수 있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김씨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최소한 치료감호라도 선고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자신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고 어머니와 부인을 폭행했었다는 점에서, 자칫 자신이 구속된 탓을 어머니와 부인에게 돌리면서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는 "치료감호는 형을 감경할 필요가 있는 심신미약자나 치료가 필요한 성폭력범죄자 등에 한해 검찰의 청구가 있을 경우 선고한다"면서 "김씨는 이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을뿐더러 검찰 청구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