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봐라.내가 밀고 나간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역사에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로 대표 취임 100일을 맞는 손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연말 예산안과 법안 날치기에 대해 이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지만 사실 마음 속으로는 이미 포기했다. 기대할 게 없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감사원장 내정을 두고선 "감사원장을 건설사 감사처럼 여기는 MB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손 대표는 여권의 유력 차기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박근혜가 상징하는 것과 내년 대선에서 요구되는 시대정신은 맞지 않다"고 각을 세웠다. 연말 장외투쟁과정에서 '당심(黨心)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은 뒤 부쩍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손 대표와의 인터뷰는 2차 장외투쟁인 '희망대장정'의 일환으로 찾은 전남 나주시 남평읍 평산2리 마을회관에서 지난 6일 밤 11시부터 7일 새벽 2시까지 진행됐다.

▼당 대표 100일에 대한 소회는.

"취임 후 당을 안정화시키는 게 첫 목표였다. 또 다른 과제는 이 정권의 독재본색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우리 당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내가 조금 역할을 했다고 본다. 장외투쟁은 내게도 고육지책이다. 제1야당 대표가 시청 앞에서 거적때기를 깔고 앉아 있는 모습이 국민들 눈에 뭐가 보기 좋겠나. "

▼최근 들어 MB는 물론 차기 대권주자와도 부쩍 각을 세우는데.

"이제는 정권교체 준비를 좀더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이 대통령은 역사에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가볍게 보고 국민을 우습게 안다. 소위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관리능력을 봐서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뽑아놨는데 CEO를 잘못 지냈다. 한 사람에게만 잘 보이고 아랫사람에게는 어떻게 해도 된다는 식의 기업문화에서 살았던 것 같다. '국회는 내가 알아서 할 텐데…'쯤으로 생각하고 내 명령 잘 듣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인사문화에 익숙해 있는 것 같다. 감사원장도 이런 인식 속에서 건설사 감사쯤으로 여긴 것이다. 적극적인 집권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이런 차원에서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만들어갈 것이다. "

▼꼬인 정국에 대한 해법은 없나.

"대통령이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 일단 사과를 하면 국민들이 향후 야당의 대응 수준도 융통성 있게 조절해 줄 것이다. 현 사태에 대한 사과는 국민에 대한 정치적 도의이자 예의다. 3년 연속 새해 연두 연설에서 기자들의 질의 한번 안 받았다는데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아무리 껄끄럽다고 어떻게 질문조차 안 받나. 국회에서 날치기 한 것이나 3년간 질문 안 받는 것이나 똑같은 것이다. 그런 차원이니 정무수석을 야당대표에게 기본 개념조차 없이 보낸 것이다. "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가 복지를 얘기하고 이 대통령이 친서민 공정사회를 얘기하는 것은 그것이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로 주장한다고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박근혜가 상징하는 것과 기대하는 것은 우리 시대가 내년 대선에서 요구하는 리더십과 서로 맞지 않는다. 그것을 실제 담아낼 수 있는 삶과 경험이 축적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MB가 대통령이 된 것은 건설사 사장과 서울시장 출신으로서 보여줬던 경제회복과 효율성에 대한 기대가 국민들의 요구와 합치됐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평화와 복지에 대한 진보적 요구다. "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데.

"야당이 부족한 게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대로 극복하기 위해 몸을 던져 국민에게 엎드릴 것이고 오해가 있으면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우리가 쥐고 있고 희망대장정은 그 시대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자세라는 점이다. "

▼4월 재 · 보선에서 야권연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양보를 위한 양보에는 반대다. 양보가 목표가 아니라 양보를 통해 이기고 야권연대와 연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통 크게 결정할 것이다. 단순히 이기는 게 야권 연대의 목표가 아니지 않나. "

▼희망대장정에서 느낀 민심은.

"사랑방 좌담에서 어느 촌로가 부실한 수로 때문에 비닐하우스에 물이 샌다며 해결해달라고 하는데 그게 현실이다. 서민들은 상대가 읍장이든 시장이든 야당 대표든 구분없이 가장 절실한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

나주=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