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화 성모신경외과 원장
한 동네의사의 도전 열기가 새해 벽두를 달구고 있다. 철인3종 경기 선수에 이어 사업가를 꿈꾸는 김병화 원장(53)이 그 주인공.
경남 창원시 충무동에서 '성모신경외과'를 운영하는 그는 지난해 12월2~5일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 모자이어폰을 내놓아 한국발명진흥회로부터 금상을 받았다. 전시회에는 36개국에서 640개 품목이 출품됐다. 김 원장이 발명해 특허를 취득한 모자이어폰은 기술,혁신성,상품성,대중성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MP3나 소형 라디오를 모자에 끼운 뒤 이어폰과 연결,운동을 하면서도 음악이나 뉴스를 들을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특히 이어폰을 모자 둘레에 부착,귀 옆에 고정시켜 긴 줄로 인한 위험과 불편이 없다.
김 원장은 "전시장을 다녀간 이스라엘 바이어와 상담을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수출 가격을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으로 이달 중에는 인터넷쇼핑몰을 열어 개인에게도 판매할 예정이다. 그는 모자이어폰과 관련한 4개의 특허(일체형 모자밴드이어폰,분리형 모자밴드이어폰,헤어밴드이어폰,밴드이어폰 청취기구)와 자전거 잠금장치,쉽게 끊어지는 PP테이프 등 6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모자이어폰을 발명한 계기는 철인3종 경기 덕분이었어요. 이를 위해 2001년부터 마라톤이나 사이클 훈련을 하다 보니 너무 지루해 이어폰을 이용하기 시작했는데,장시간 들으니 귀가 멍멍하고 줄이 팔에 걸리기 일쑤였죠."
지금은 철인3종 경기 올림픽코스를 즐기는 김 원장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병마에 시달리는 약골이었다. 천식은 경북대 의대를 다니던 20대부터 근 20년간 그를 괴롭혔다.
"종합병원을 거쳐 개업의로 나선 뒤 운동 부족으로 살이 쪄 키 178㎝에 체중이 90㎏을 넘자 천식발작이 찾아왔죠.꼭 죽을 것만 같은 불안감에 종신보험을 들었고 선배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
처음 한 운동은 자전거타기.1998년 가을에 시작,1년을 자전거로 체력을 다진 뒤 1999년 10월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철인3종 경기에 도전했다. 초보자들이 출전하는 스프린트 코스 장년부 3위에 입상,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매일 새벽 수영과 마라톤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드디어 2001년 6월 제주에서 열린 철인3종 경기에서 철인코스 전 구간을 완주했다. 제주도 남단 중문단지 앞 바다 3.8㎞를 헤치고 한라산 중턱과 제주 일주도로를 잇는 180㎞에서 사이클 페달을 밟았다. 마지막 42.195㎞의 마라톤 코스까지 완주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극기의 성취감이 그렇게 클 줄 몰랐죠.그 환희를 잊을 수 없어 2002년 속초,2003년 제주에서 열린 철인3종 경기에는 친한 의사들을 설득해 함께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
김 원장은 올 들어 양복 주머니에서 의사 명함을 없애 버렸다. 대신 모자이어폰을 만드는 '렛젬'이란 회사의 개발팀장 명함을 들고 다닌다. 사업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결심을 굳혔기 때문이다. 동네의사의 당찬 도전이 사업의 세계에서도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