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새벽부터 저임금 노동자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가장 값싼 아침거리를 찾아 헤맨다.

둥글넓적한 인도식 빵인 차파티 값은 작년 한 해 동안 50%나 뛰어올랐고, 한 40대 운전기사는 빵 가격이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금과 구리, 원유는 물론 곡물 등 식량가격도 급등하면서 전 세계가 연초부터 물가불안 쇼크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12월3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1.38달러를 기록, 100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거래를 마감했다.

WTI 선물가격은 작년 12월에만 9%가 올랐다.

경기 회복 전망으로 원자재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3월 인도분 구리 가격은 파운드당 4.447달러를 기록, 연초보다 33%나 뛰어오르며 작년 최고가로 한해 거래를 마쳤다.

2월 인도분 금 가격과 3월 인도분은 가격도 연초보다 각각 30%와 84% 폭등한 수준에서 한해를 마감했다.

이렇게 치솟는 물가 가운데서도 특히 식량가격은 '위험지대'로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유엔(UN)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12월 설탕과 육류, 곡물 등 식품 가격이 1990년 조사 시작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FAO는 중국의 급격한 식품 수요 증가와 작년 여름 러시아 가뭄에 따른 수확량 감소가 가격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물가상승으로 작년부터 세계 각국에서 폭동 등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았고, 이 때문에 불안감이 더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 9월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는 식량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13명이 숨졌으며, 남미 볼리비아에서도 휘발유 가격이 80%나 오르면서 운수 부문이 파업해 돌입하고 시민들은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인도에서도 작년 12월, 닷새 사이 양파값이 두 배 이상 치솟는 등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불만이 정권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옥수수와 설탕 등에 비해 주요 곡물인 밀가루와 쌀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덜 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원유재고 감소 ▲유럽과 북미 지역 이상한파 ▲신흥국가의 원자재·곡물수요 증가 ▲투기서 자본 유입 등으로 금과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은 물론 유가와 식량가격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FAO 선임 경제학자인 압돌레자 압바시안은 "아프리카 지역의 작황이 나쁘지 않지만 남미의 가뭄과 호주의 홍수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있다"며 "앞으로 곡물 가격이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