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차량 털어..치밀한 계획 범행

새해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경북 구미의 한 현금수송차량에서 5억3천만여원의 현금이 탈취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경찰이 연말연시를 맞아 민생침해 범죄를 단속하는 특별방범 기간에 발생해 경찰의 단속의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사건 발생 = 현금 탈취 사건은 31일 오후 1시30분께 구미시 부곡동 구미1대학 긍지관 앞 도로에서 발생했다.

은행과 계약을 맺고 현금수송을 맡은 한 보안회사의 직원 3명은 이날 구미1대학에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업무를 보고 오후 1시10분께 도로에 차를 세운 뒤 교내 식당에서 식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구미지역의 자동입출금기 10여곳에서 현금을 보충하고 오전 업무의 마지막 코스로 구미1대학을 방문한 길이었다.

20분간 식사를 하고 나온 이들은 차량의 문이 열린 채 현금이 사라진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트럭을 개조한 현금수송차량 내에 금고가 있었지만 범인은 차 문과 금고를 모두 도구를 사용해 열고서 안에 있던 현금 5억3천600만원을 털어 달아났다.

이 돈은 은행과 직접 연관이 없는 보안회사 소유의 돈이고, 해당 업체는 1사고당 수백억원까지 배상받을 수 있도록 다수의 국내외 보험사에 손해보험을 가입해 놓았다.

◇계획된 범행 = 범인은 현금수송요원 3명이 모두 식사하는 20분의 틈을 이용해 현금을 탈취했다.

방학 중이긴 하지만 대낮에 행인이 볼 수 있는 길가에 세워진 차의 잠금장치를 뚫고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현금수송차 안에 설치된 CCTV에서 칩을 빼내 신분을 알 수 없도록 한 점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에 의한 범행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금수송차에 3중 잠금장치가 있어 전문털이범이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현금을 빼내기 어렵고, 경보기가 없는 금고쪽 문을 바로 열었다는 점 등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금수송차의 행적을 따라서 설치된 CCTV를 조사해 이동경로가 의심스러운 차량을 용의선에 올려놓고 수사하고 있고, 보안회사의 전ㆍ현직 직원이나 동종범죄 전과자 등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탐문수사를 하고 있으나 연말인데다 방학 중인 점 때문에 목격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안요원들이 "현금도난 사실을 알았을 당시 교문 쪽으로 향하는 검은색 승용차를 목격했다"고 진술해 사건 관련 여부를 확인 중이다.

◇남는 의문 = 현금 탈취 사건과 관련해 보안업체 직원들이 허술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금수송차량은 모두 3명의 직원이 한 조를 이뤄 현금수송 업무를 담당했지만 한꺼번에 점심식사를 하면서 차량을 비웠다.

근무수칙상 안전지대가 아닌 이상 동시에 차량을 벗어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들은 한꺼번에 자리를 비워 범인에게 차량을 고스란히 내줬다.

해당 차량은 누군가 완력으로 운전석이나 조수석 문을 통해 침입할 경우 자동으로 경보음이 울리도록 돼있지만 정작 많은 현금을 싣고 내리는 차량 옆문에는 별도의 경보장치가 없어 범인이 챠량문을 뜯고 거액을 훔쳐갈 동안 3명이나 되는 보안요원들이 낌새조차 차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보안요원들이 한꺼번에 식사하러 차량을 떠난 경위를 비롯한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3명의 보안요원이 모두 식사하러 차량을 떠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구미연합뉴스) 홍창진 손대성 기자 realism@yna.co.kr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