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여행 중 물건을 구입하지 않으면 가이드가 화장실에 보내주지 않았다. 유명 관광지가 볼 게 없다며 대강 일정을 마치고 쇼핑점에서 구매를 강요했다. "(대만인 C씨) "북촌 커피숍에서 한국어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종업원이 일본인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일본어 메뉴판을 가져왔다. 그런데 한국어 메뉴판보다 가격이 2000~3000원씩 비싸게 적혀 있었다. "(일본인 M씨)

한국관광공사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접수된 외국인 관광객들의 신고 내용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이 센터에 접수된 외국인 관광객 불편 신고는 466건. 한 달을 남겨둔 시점에서 지난해 전체 신고(468건)에 육박할 만큼 불만이 커지고 있다.

내용은 더 문제다.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그동안 외국 손님들을 뜨내기쯤으로 대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관광객의 돈을 갈취했다고 할 정도의 터무니없는 사례들이 여럿이다.

일부 쇼핑에 얽힌 얘기는 단체관광객이라면 전 세계 어느 관광지에서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해두자. 그러나 '명동에서 동대문까지 가려고 탄 검은색 차량의 기사가 9만원을 요구했다'거나 '일정에 나온 식당에 가지 않겠다고 한 8명의 일행을 식당 밖에 세워뒀다'는 사례에는 변명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격이 다른 메뉴판으로 바가지를 쓴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인 친구에게 "일본?C 돈 뜯어내는 게 뭐가 나쁘냐"며 면박을 줬다는 식당 주인 얘기는 또 어떻고.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800만명 선을 넘었고,연말까지 88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을 전망이다. 내년 목표는 960만명인데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 1000만명 시대를 앞당겨 달성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중국인 부자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고 전시 · 회의,의료 등 고부가가치 관광산업 분야를 적극 육성하는 등의 중점 추진과제도 설정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맞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노영우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본부장은 "외국 손님을 자기 식구처럼 정성껏 대하는 것,그게 관광객 1000만명 시대라는 보물을 길어올릴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일 문화부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