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ㆍ집단범죄 추적 어려움' 지적도

28일 통신비밀보호법의 감청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정은 수사 목적이라도 사실상 무제한 허용되는 감청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초래해 엄격한 법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결정은 수사로 제한할 수 있는 개인 기본권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감청을 제한하면 주요 범죄 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수사기관의 우려도 만만찮다.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이 법 제6조 7항은 '허가요건이 존속하는 경우에는 절차에 따라 소명자료를 첨부해 2개월 범위에서 통신제한조치(감청) 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처음 감청을 허가받을 때는 기간이 2개월이지만 이후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2개월씩 횟수에 제한 없이 연장할 수 있어 사실상 무제한 감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개인 통신자료를 수색하는 감청은 일반적인 압수수색과 달리 당사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지고 사후에나 알게 돼 정당한 방어수단조차 없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실제로 이번에 위헌법률심판으로 이어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는 수사기관이 피고인에 대해 2개월의 감청 허가를 받은 뒤 14회나 기간을 연장해 무려 30개월 동안 감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를 통해 수집한 이메일, 전화녹음, 팩스자료 등을 유죄 증거로 제출했다가 법원의 반대에 부딪쳤다.

헌재는 감청을 무제한 허용하는 현행 법조항이 사생활 자유와 통신의 비밀을 과도하게 제한해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본 법원의 견해를 받아들인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통신제한조치가 내려진 피의자나 피내사자는 자신이 감청을 당한다는 사실을 몰라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우므로 기간연장을 허가하는 데 횟수나 기간 제한을 두지 않으면 수사와 무관한 사생활까지 침해당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반면 감청이 필요한 주요 범죄 수사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일시적인 기본권의 제약은 불가피하고 현 수준에서도 용인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반대(합헌) 의견을 낸 이공현ㆍ김희옥ㆍ이동흡 재판관은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음모나 조직화된 집단범죄는 장기간에 걸친 수사가 필요하고 증거수집을 위한 지속적 통신제한조치가 허용돼야 한다.

기간에 제한을 두면 수사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