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원년이었다. 지난해 말 KT가 애플의 '아이폰'을 출시하고 SK텔레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S'를 내놓으면서 통신주가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가 한껏 부풀었었다.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장중 2040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경기방어적 성격이 강한 통신업종지수는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9.34% 상승에 그쳤다. 또한 마케팅 경쟁이 가열되면서 스마트폰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지 못해 통신주는 상대적으로 외면당하는 모습이었다.

이 가운데서도 KT는 올 들어 24.55% 뛰어 같은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0.61%)을 웃돈 동시에 SK텔레콤(5.60%)의 다섯배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다.

◆ "KT, KTF 합병·아이폰 효과가 주가 끌었다"

전문가들은 '못난이' 통신주인 KT가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상회한 데 대해 올 한해 KT가 보여준 능력을 반영한 주가라고 평가했다.

KTF 합병 이후 대대적으로 시행한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아이폰 선점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 네트워크 경쟁력 부각 등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KT는 지난해 말 6000여 명에 달하는 인력을 줄여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조직개편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유·무선 컨버전스(융합) 등 신사업 추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비용절감 효과가 기대되면서 올해 초부터 증권가는 KT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KTF와의 통합으로 전략적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 스마트폰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동준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T의 아이폰 출시를 SK텔레콤이 갤럭시S로 만회하는 듯 하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이터 시대의 주도권을 KT가 우선적으로 치고 나간 형국이 됐다"며 "투자심리상으로 KT가 부각되는 요인이었다"고 진단했다.

수급상으로 국내 기관투자자의 선택이 주가 상승률을 갈랐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증시를 이끈 투자주체인 외국인 투자자의 KT와 KTF 지분율이 한도까지 거의 차오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KT와 SK텔레콤의 외국인 보유지분율은 각각 46.88%, 48.51%였으며 지난 24일 기준 두 종목 모두 49.0%를 기록했다. 통신주는 외국인 투자가 보유지분율이 최대 49%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종목의 DR(주식예탁증서)과 원주 가격추이를 비교하면 인력 구조조정과 와이파이망(무선랜) 강점 부각 등에 힘입어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SK텔레콤보다 KT를 선호하는 형세가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KT의 네트워크 경쟁력은 향후 전망을 밝게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 이용이 증가하면서 급증하는 트래픽을 통신사 네트워크가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WCDMA(광대역 부호분할 다중접속),WiFi(와이파이·무선랜), WiBro(와이브로·초고속 무선 인터넷) 등 '3W 네트워크'와 유선망을 보유한 KT의 네트워크 경쟁력에 대해 호평이 이어졌다. 4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LTE(롱텀에볼루션)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SK텔레콤의 경우 투자규모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국내 기관이 KT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 SK텔레콤, 주가 5%대 상승 그쳐…인사 대대적 변화

지난 24일 단행된 SK그룹인사로 SK텔레콤은 하성민 전 MNO(이동통신부문) 사장이 새로운 총괄사장으로 임명됐고, 서진우 SK텔레콤 C&I 사장은 SK텔레콤 사장과 플랫폼 사장을 겸임하게 됐다. 정만원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 부회장단으로 활동하게 된다. 같은날 단행된 인사에서 KT 사장단이 모두 유임되고 소폭의 임원인사만을 진행한 것과 대조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SKT의 인사에 대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보다 강화하고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변화로 풀이했다. 갤럭시S로 아이폰 공세를 만회하고 있지만 주도권을 내준 점도 부담이었다는 평가다.

박종수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의 영업이익 규모가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2005년 영업이익이 2조650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08년 2조원대까지 밀렸고, 올해도 2조1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해 3분기까지 2조5800억원의 마케팅비를 투입, 올해 마케팅비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시장이 커지기 시작한 원년이었지만 통신사들이 실적상으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아이폰 효과에 힘입어 KT와 SK텔레콤 상승폭이 벌어진 이후 KT의 네트워크 강점이 부각되며 두 종목의 주가 상승폭 격차가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로 SK텔레콤의 LTE 투자 등 장기 방향이 대폭 변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경영진이 공격적인 스마트폰 시장 시장점유율 강화에 나설 경우 경쟁이 추가적으로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 "내년 스마트폰 효과 실적 가시화 기대"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 확대 효과가 내년 상반기에는 통신사 실적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상 새로운 기기가 통신사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6∼7분기가 걸리기 때문에 내년 2∼3분기에는 통신사들이 실적상 스마트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KT와 SK텔레콤 모두 주가가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SK증권은 내년에 스마트폰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32%대(1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스마트폰 사용요금이 기존 ARPU(가입자당 매출액)보다 약 45% 높다는 점에 비춰 KT와 SK텔레콤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초가 되면 스마트폰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통신사 통합 기준으로 내년 ARPU는 2005년 이후 처음으로 3∼5%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승교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효과가 반영되며 통신업황이 새로운 사이클에 접어든다는 점에서 KT와 SK텔레콤 모두 내년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외국인 보유지분 한도가 다 채워진 상황에선 추가적인 주가 레벨업을 위해선 펀드환매 추이 진정과 국내자금 유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기존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진입에 따른 경쟁심화와 이에 따른 ARPU 하락 등도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