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내 증시가 연평도 해상사격훈련 실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에 동반 하락했다.

그러나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만 민감하게 반응했을 뿐, 외국인과 연기금은 지수 하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이용했다.

대북 리스크에 따른 투자주체들의 상반된 반응은 지난달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나타났다. 지난달 24일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4136억원과 493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5718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전날까지 100포인트 이상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6.02포인트(0.30%) 내린 2020.2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는 사격훈련 실시에 따른 북한의 추가도발과 확전 우려에 내림세로 출발, 한때 1996선까지 밀리며 2000선을 내줬었다.

이후 오후 들어 전해진 북한의 유엔 핵 사찰단 수용 소식에 낙폭을 일정부분 회복했고, 오후 2시30분께 훈련이 실시된 이후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은 지수급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 주식을 담았다. 외국인은 엿새째 순매수에 나서며 1695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기관은 연기금 1666억원 등 1120억원의 매수 우위로 9거래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개인은 2954억원을 순매도했다.

내년 업황회복 기대감에 조선주들이 하락장에서도 선전했다.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이 줄줄이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금융주들도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수세에 상승했다. 우리금융 대구은행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동부화재 신한지주 등이 2~6%대의 강세였다. 반면 현대상선은 프랑스 법인을 통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이란 소식에 4%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만회했지만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큰 코스닥지수는 500선을 내주며 12월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2.49% 급락한 497.95로 장을 마쳤다. 연평도 사격훈련으로 북한리스크가 커지면서 500선 초반으로 하락 출발한 코스닥지수는 장 초반 500선마저 내 주고 낙폭을 키웠다.

기관의 팔자 행진이 지속된 가운데 한때 491.86까지 급락하기도 한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30일 이후 14거래일만에 5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개인은 287억원 순매수했지만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고, 외국인은 37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기관은 21일째 팔자를 이어갔다. 기관은 271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북한의 추가 도발 우려에 방위산업주와 남북경협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빅텍(1.86%), 스페코(7.95%) 등 방산주들의 주가는 강세를 보인 반면 로만손(-2.01%), 에머슨퍼시픽(-4.37%) 등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대북 리스크 부각에 따른 조정이 길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주가 하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지난달 북한의 연평도 포사격 이후 국내증시의 강한 복원력을 감안하면 사격훈련과 응사가 있더라도 그 충격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며 ""길게보는 투자자라면 코스피지수 1900선 초중반에서 주식을 담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전했다.

한편 장중 17원 이상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장 막판 하락세로 돌아서며 안정됐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7원(0.23%) 내린 1150.2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