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폭풍' 가능성…반체제 인사들 "민주화 촉매"
中정부 "노벨평화상 이용, 내정간섭에 반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55)에 대한 시상식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논란 끝에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시청에서 열려 후폭풍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노벨평화상을 이용해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고 나섰으나, 국내외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의 반체제 인사들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중국 민주화 운동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中 "노벨평화상 이용, 내정간섭에 반대" =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거행된 데 대해 "어떤 국가나 개인이 노벨평화상을 이용해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는 데 반대한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장 대변인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결정은 특히 중국인을 비롯한 세계 대다수 사람의 의견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이는 편견에 치우친 잘못된 것이며 냉전적 사고라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은 이러한 정치적 저질 코미디에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길을 꿋꿋이 걸어나갈 것이라고 선언하고 일부의 음모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에는 중국의 적극적인 영향력 행사로 노르웨이 주재 외교사절 가운데 중국을 비롯, 모두 17개국이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의 관영 매체들도 시상식의 빈 의자에 상패가 놓인 데 대해 `정치적 희극'이라면서 일제히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中공안, 류샤오보 가족. 반체제 인사 `철통감시'..인터넷.언론매체 통제 = 중국 공안 당국은 지난 10일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전후해 류샤오보의 부인인 류샤(劉霞)를 비롯한 가족, 친지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철통같은 감시활동을 펼치고 인터넷과 언론매체들에 대해서도 검열에 나섰다.

류샤가 거주하고 있는 베이징(北京) 시내 류샤오보의 자택으로 통하는 길목마다 공안들이 대거 배치돼 외부인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고 홍콩의 언론매체들이 12일 전했다.

류샤는 지난 10월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이후 외부와 전화통화도 할 수 없는 등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있다.

저명한 설치미술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 류샤오보가 변호사로 재직했던 법률회사의 대표이자 중국의 저명한 인권운동가인 모샤오핑(莫少平) 변호사 등 수많은 인권운동가 및 반체제 인사들도 중국 공안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

공안당국은 또 베이징 대학 등 각 대학에 대한 순찰 및 감시활동도 강화했다.

이밖에 중국 정부는 인터넷은 물론 CNN, BBC를 비롯한 외국 방송사들의 류샤오보 관련 뉴스 보도를 중국인들이 접할 수 없도록 차단 조치를 취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中 반체제 인사들 "민주화운동 촉매제" 기대감 표시 = 중국 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여한 해외거주 중국인 반체제 인사들은 "류샤오보의 수상이 중국 민주화 운동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반체제 학자로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양젠리(楊建利)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중국의 민주화운동은 목표를 상실했으나,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은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고 SCMP는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1천여명 가운데 중국인 46명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외국으로 망명한 사람들이다.

양젠리는 SCMP에 "가장 중요한 변화는 중국인들의 마음 속의 변화다.

이것은 이번 노벨평화상의 가장 큰 업적이다"면서 "중국인들이 이제 민주화 운동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샤오보 주도로 이뤄진 `08 헌장'에 서명한 뒤 지난 5월 미국으로 망명한 에이즈 환자 지원활동가인 완옌하이(萬延海)도 류샤오보의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사상이 중국인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중국내에 민주화 운동이 점화될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중국인 반체제 인사들을 포함한 1천여명은 시상식 직후 류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