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9일 결국 거리로 나섰다.

한나라당이 전날 새해 예산안을 강행처리하자 정권퇴진론을 내세워 다시 한번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지난달 23일 연평도 무력도발로 장외로 나선지 하루 만에 국회로 돌아왔던 손학규 대표도 이날 밤 9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다시 천막을 치고 짐을 풀었다.

손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광장을 거점으로 `4대강 날치기 예산 및 법안 무효화'를 위한 100시간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인 뒤 오는 14일부터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권역별.지역별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 반정부 투쟁의 수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안보 정국에 파묻혔던 4대강 사업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여론, 불법사찰 게이트의 불씨를 되살려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손 대표는 이날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민주당은 어제 이명박 정부가 독재 정권 들어서는 길을 막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제 민주수호 대장정에 다시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발대식에는 손 대표 외에 박지원 원내대표, 정동영 조배숙 이인영 김영춘 최고위원, 홍재형 국회 부의장, 소속 의원 40여명이 참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시간대별로 조를 짜 서울광장 천막 앞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매일 저녁 8∼10시에는 전체 의원이 서울광장에 집결키로 했다.

그러나 벌써 내부에선 한겨울 `거리의 정치'가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의총에서는 "일반 국민에게 장외투쟁이 호응을 못 받을 수도 있다"며 "중간층까지 끌어들일 효율적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강봉균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이 12월 임시국회에 이어 내년 1∼2월 임시국회 소집을 추진, 원내 투쟁을 병행키로 한 것도 "국회를 버리고 거리로 뛰쳐나갔다"는 역풍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의총에선 의원직 총사퇴, 삭발 등의 초강경 목소리도 나왔지만 반대론에 묻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장외투쟁이 4대강 예산 저지실패의 책임론 등 내홍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진퇴 문제가 그의 사의를 손 대표가 즉각 반려하는 모양새로 서둘러 봉합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이날 의총에선 원내 지도부의 `전략 실수', `대응 미흡'을 지적하는 책임론도 일부 제기됐지만 박 원내대표는 "우리는 이기는 싸움을 했다"며 "평소 적극 참여하지 않는 분들이 왜 이제 와서 문제를 삼는 것이냐"고 힐난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긴장감이 이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내년 1월까지 해외출장 금지령도 내리는 등 내부 단속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