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78)의 작품전이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미국과 스페인 등에서 활동한 보테로는 풍만한 양감으로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감성을 환기시켜온 작가다. 가난한 행상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6세까지 투우사 양성학교를 다니며 독학으로 그림을 배워 국제 화단의 스타로 성장했다.

이달 31일까지 이어지는 그의 작품전에는 1960년대 이후 최근까지 제작된 회화와 조각,드로잉 등 27점이 출품됐다. 보테로의 총체적인 예술세계를 조명할 수 있는 기회다.

가장 눈길을 끄는 출품작은 남녀의 곡예장면을 그린 '서커스' 시리즈 4점.과장된 비례와 풍만한 형태를 지닌 비정상적 형태감,화려한 색채로 인간의 천태만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가운데 2008년작 '앉아 있는 광대'는 노란색 서커스 의상을 입은 남자 광대의 분장하기 전 모습을 볼륨감있게 묘사한 작품이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과 장막 뒤의 광대 모습을 부각시켜 인간의 고독감을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1990년작 유화 '모피 코트를 입은 여인'은 정장을 하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뚱보 여자를 리얼하게 잡아낸 작품이다.

화면 전체를 꽉 채울 정도로 여자의 모습을 풍만하게 그린 반면 그녀의 입술,매니큐어 손톱,화장,헤어 스타일은 디테일하게 묘사해 대조적인 형태미를 강조했다. 고양이를 들고 있는 여인을 그린 1967년작 '퍼스트 레이디'에서는 희화화된 인물을 통해 동시대를 비추고자 하는 보테로 특유의 회화성을 엿볼 수 있다.

이 밖에 '거울이 있는 정물'(2003),'트럼펫을 부는 광대'(2009),'누드 비치'(2009) 등의 회화 작품에서도 입체적인 미감이 느껴진다.

그의 조각 작품도 7점 나와 있다. 사회적인 메시지나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내기보다 부드럽고 둥근 표면의 형태로 관능성에 중점을 둔 작품들이다.

그의 브론즈 작품 '말'은 다리를 돋보이게 조형화함으로써 견고함과 양감을 잘 드러냈다.

3년에 걸쳐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영덕 박영덕화랑 대표는 "보테로의 작품 세계는 보면 볼수록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하는 '행복의 미학' 같은 것"이라며 "그의 그림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544-848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