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기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55)은 삼성그룹의 광고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입사 이후 29년간을 광고계에서 지낸 베테랑이다.

임 부사장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광고인으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1997년 제일기획 시절에 기획한 '또 하나의 가족'이다. 이 기획 광고물은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돼 삼성전자는 물론 국내 광고계의 최장수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리즈물은 당시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얄미운 이미지를 친근한 이미지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고 이미지만으로 경쟁사를 압도한 적도 있었다. 휴대폰 분야의 경쟁사인 모토로라 스타텍 돌풍에 휘말리자 삼성전자는 이에 대항할 만한 광고를 찾기 시작했다. 당시 임 부사장이 관여했던 기획이 "애니콜,한국지형에 강하다"였다. 한국지형에 강해 어디서든 잘 '터진다'는 이 광고는 이후 애니콜 신화를 만드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

1986년 삼성전자에 근무하던 시절엔 '휴먼테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휴먼테크는 이후 기업이미지 광고의 전형으로 불리면서 광고계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1992년 삼성그룹에 재직할 때엔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카피를 만들어 지금의 '1등 삼성'의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당시 삼성은 일본 업체들을 빠르게 뒤쫓는 후발주자로,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필요성이 있었다. 다소 공격적인 카피를 실은 이 광고는 삼성의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임 부사장의 강점은 세심한 친화력에도 있다. 제일기획 시절 웃는 모습이 좋아 SK그룹이 만드는 "고객이 OK할 때까지"모델로 참여했을 정도였다. 그는 최근 그룹 '미소천사'로 뽑히기도 했다.

임 부사장은 "삼성의 디지털 그린 에너지 기술로 풍요로운 녹색 삶을 보여주고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내일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또 "리더형 커뮤니케이션에서 소통형 커뮤니케이션으로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며 "전통매체를 탈피해 국민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