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마음만 급한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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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경쟁하지 말란다고 증권회사들이 경쟁을 안 합니까. 거래소가 해야 할 일이나 제대로 했으면 합니다. "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 임원이 터뜨린 불만이다. 거래소가 외국 기업의 국내 IPO를 더욱 활성화시킬 방법을 찾겠다며 13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모아놓았지만 업계와 큰 시각차를 보였다는 것이다. 발단은 거래소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동 렉싱턴호텔에서 주최한 '외국기업 상장 주관회사 CEO 조찬간담회'.김봉수 이사장은 이날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증권업계 전체가 바람직한 (방법으로) 기업 유치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기업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른 나라 기업들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거래소는 이를 위해 중국 기업 상장 심사기간을 2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는 대신 해외 증시에 상장된 우량기업이 국내에 2차 IPO를 신청할 경우 심사기간을 한 달 내로 줄이고,글로벌 100대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행사가 끝난 뒤 불평이 쏟아졌다. 한 임원은 "증권거래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해야 할 거래소가 증권사 경쟁까지 언급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며 불쾌해 했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최근 만난 한 미국 증권사 기업금융 부문 대표는 300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나스닥 상장을 위한 IPO를 준비하고 있다"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증권사들이 중국 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증권사 임원도 "김 이사장 발언은 해외 기업의 국내 IPO를 활성화시키자는 간담회의 취지와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외국 기업 IPO 활성화를 위해 거래소가 할 일부터 챙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IPO 대상을 찾으려면 국가별로 심사기준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는데,거래소는 모든 국가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형승 IBK투자증권 사장).
다른 증권사 임원도 "거래소 직원들은 사전협의 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는 등 외국기업 IPO에 소극적"이라며 "외국기업 IPO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거래소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거래소 회원사인 증권사들이 거래소에 기대하는 것은 '당부'보다는 솔선수범이 아닌가 싶다.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 임원이 터뜨린 불만이다. 거래소가 외국 기업의 국내 IPO를 더욱 활성화시킬 방법을 찾겠다며 13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모아놓았지만 업계와 큰 시각차를 보였다는 것이다. 발단은 거래소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동 렉싱턴호텔에서 주최한 '외국기업 상장 주관회사 CEO 조찬간담회'.김봉수 이사장은 이날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증권업계 전체가 바람직한 (방법으로) 기업 유치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기업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른 나라 기업들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거래소는 이를 위해 중국 기업 상장 심사기간을 2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는 대신 해외 증시에 상장된 우량기업이 국내에 2차 IPO를 신청할 경우 심사기간을 한 달 내로 줄이고,글로벌 100대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행사가 끝난 뒤 불평이 쏟아졌다. 한 임원은 "증권거래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해야 할 거래소가 증권사 경쟁까지 언급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며 불쾌해 했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최근 만난 한 미국 증권사 기업금융 부문 대표는 300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나스닥 상장을 위한 IPO를 준비하고 있다"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증권사들이 중국 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증권사 임원도 "김 이사장 발언은 해외 기업의 국내 IPO를 활성화시키자는 간담회의 취지와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외국 기업 IPO 활성화를 위해 거래소가 할 일부터 챙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IPO 대상을 찾으려면 국가별로 심사기준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는데,거래소는 모든 국가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형승 IBK투자증권 사장).
다른 증권사 임원도 "거래소 직원들은 사전협의 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는 등 외국기업 IPO에 소극적"이라며 "외국기업 IPO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거래소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거래소 회원사인 증권사들이 거래소에 기대하는 것은 '당부'보다는 솔선수범이 아닌가 싶다.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