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내내 기다렸던 미국의 고용과 소비지표가 개선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월가에서는 조심스럽게 '골디락스 증시'에 대한 기대가 일고 있다.

증시에서 흔히 쓰는 '골디락스'라는 용어는 영국의 전래 동화에서 유래됐다. 어느 배고픈 소녀가 숲속을 가다가 곰이 차려 놓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먹기에 가장 좋은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 이 동화의 핵심 내용이다. 이 때문에 골디락스 증시라는 것은 주가가 더 이상 좋아질 수 없는 이상적인 국면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후반 '신경제'로 상징되는 증시 흐름을 들 수 있다. 당시에는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성장의 대안으로 각국이 정보기술(IT)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IT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네트워크만 깔면 깔수록 생산성이 높아지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IT산업을 키운 결과 각국은 '저물가하의 고성장'이라는 신경제 신화를 낳았다. 인플레 동반 없이 성장률이 높아진다면 그 나라 증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최근 증시 흐름은 다시 골디락스 증시에 대한 기대를 낳게 하고 있다. 월가에서 각광받고 있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로 이를 점검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가설의 골자만 살펴보면 어떤 국가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이때의 주가는 실제 경제 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Ⅰ'국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자 심리가 '낙관' 쪽으로 옮겨지면서 주가 상승 속도가 경제여건 개선 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상승기를 맞는다('Ⅱ' 국면).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쏠림현상이 흐트러져 맴돌이 국면에 들어간다('Ⅲ '국면).

경기와 실적이 받쳐주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1차 소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 국면을 맞는다('Ⅳ' 국면).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흐트러지면서 재차 맴돌이 국면에 빠지고 이때 경기와 실적이 뒤따라 오면 3차 소상승기,뒤따르지 못할 경우 과잉조정 국면으로 떨어지게 된다('Ⅴ' 국면).

현 증시 국면을 소로스 이론에 적용해 보면 'Ⅰ'국면과 'Ⅱ' 국면,'Ⅲ' 국면을 거쳐 'Ⅳ' 국면 초반부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된다. 또 아시아 위기 당시처럼 금융위기가 마무리돼 가는 상황에서 위기 이후 차세대 성장 대안으로 1990년대 후반의 IT산업보다 더 강한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모바일 등과 같은 첨단기술업종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소셜 네트워크'와 '스마팅(SMART-ing)' 등이 위기 이후 새로운 경쟁력 개념으로 정착되는 가운데 모바일 오피스 등 스마트워크와 이를 지원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등과 같은 인프라 산업이 성장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시대정신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흔히 모바일 산업은 '외부경제 효과'가 높은 산업이라고 부른다. 외부경제 효과란 개인이 치른 비용 이상으로 혜택을 줘 사회적 비용이 적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집앞에 꽃밭을 일구면 아름다움은 비용을 치른 주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주는 경제행위가 외부경제 효과를 논할 때 단골메뉴처럼 인용되는 사례다.

현 증시 상황이 지난 1년 이상 지속돼 왔던 맴돌이 국면을 끝내고 오랫동안 기다려 온 2차 상승기 초기 국면에 들어왔고 '저물가 고성장' 신화를 낳게 할 수 있는 차세대 성장 대안이 마련돼 가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골디락스 증시'에 대한 기대가 나올 만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국가에 의해 주도돼 온 경기가 민간 자율적인 성장 단계로 패러다임 시프트가 될 수 있느냐 여부다. 유동성만으로 골디락스 증시가 나타난다면 '하이먼 민스키 모델'에 따라 언제든지 주가가 급락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특정국 경기가 민간 자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설비투자가 늘어야 한다. 그중에서 고용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위기 이후 성장 대안으로 부각되는 모바일 등의 첨단산업은 고용이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들 산업은 1990년대 주도했던 IT산업보다 수확체증의 법칙이 더 강해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골디락스 증시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성급한 기대나 지나친 낙관론에 영합하기보다 각국이 추진하는 고용정책의 가시화 여부를 지켜보면서 중장기적 안목에서 주식과 관련 상품에 투자해 나간다면 기대하던 골디락스 증시도 앞당겨지지 않을까 판단된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