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아시아판 보도

한국 기업들의 족벌 경영과 소액주주들을 무시하는 경향, 기업 지배구조 문제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한 원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이 1일 보도했다.

WSJ는 "이런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최근 사례로는 현대건설 지분 35%를 둘러싼 인수전을 들 수 있다"며 "현대건설 인수에 나선 업체는 단 두 곳인데, 아시아 금융위기에 휩쓸려 분리되기 이전에는 두 곳 모두 현대라는 재벌그룹의 멤버였다"고 소개했다.

WSJ는 "인수전 패자인 현대차그룹은 현금이 넘쳐흐를 정도지만, 투자에 대한 명확한 사업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승자인 현대그룹 역시 채권단에 이번 계약을 완료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자금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신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상황은 서로에 대한 비난과 소송 위협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인수전이 단지 적통성을 획득하기 위한 족벌 구성원 간의 경쟁일 뿐이라는 시각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은 더 중요한 점은 소액주주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이어 "현대그룹이 인수 자금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규모의 부채를 떠안게 된다"며 "실제 현대상선의 경우 현대그룹의 부인에도 현대건설 인수 부담의 상당 부분을 짊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투자자들은 현대그룹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금을 빼내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대건설 주가는 최근 한 달간 17% 가까이 급락했다고 WSJ는 덧붙였다.

WSJ는 "한국 기업들이 소액주주들을 무시하는 경향은 배당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씨티 인베스트먼트 리서치 자료를 보면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내년에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소개했다.

이는 나머지 아시아 시장 배당수익률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족벌경영 관행이 뿌리깊은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것이다.

WSJ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는 아시아 전반에 걸친 사안이긴 하지만, 한국은 경제 발전 단계와 견줘서는 열악한 수준"이라며 "최근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의 조사 결과 한국은 조사대상 11개국 가운데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이은 밑에서 3위였다"고 전했다.

WSJ는 이외에도 북한 문제, 기업들이 많은 양의 채무를 지닌 점 등을 한국 증시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낮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적용받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