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산업활동 지표들이 대거 낙폭을 키우면서 경기둔화를 속속 반영했다.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가 제조업 생산감소를 주도한 가운데 수출기업의 체감경기지표도 부진해 경기둔화 우려가 커졌다.

정부는 제조업 생산의 급감은 추석 요인에 따른 계절조정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했지만,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3개월 연속으로 동반하락하면서 내년 성장률은 4%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출 부진으로 산업생산 감소폭 22개월來 최대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수출 부진에 따라 제조업의 생산과 출하, 재고, 평균가동률, 설비투자 등 모든 부문에서 낙폭을 키웠다.

10월 광공업생산은 지난달보다 4.2% 줄어 8월 -1.3%, 9월 -0.4% 등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10월 감소폭은 2008년 12월(-10.4%) 이후 가장 컸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및 부품(-8.7%), 자동차(-12.4%), 기계장비(-4.3%) 등이 큰 폭의 생산감소를 보였다.

10월 광공업생산의 4.2% 감소 가운데 반도체와 자동차의 기여도는 3.4%포인트로 전체 광공업생산 감소의 81%를 차지했다.

생산의 감소에 따라 출하도 전월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10월 생산자제품 출하는 전월보다 3.4% 줄어 8월 -0.7%, 9월 -0.4% 등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출하의 부진도 반도체(-10.1%)와 자동차(-8.2%)가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하가 줄면서 제조업 재고도 전월보다 1.2% 줄면서 단기적으로 재고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재고와 출하 증가 폭이 축소된 가운데 제조업 재고출하 순환도 상으로 4개월째 둔화국면에 머물렀다.

제조업 평균가동률 역시 반도체와 자동차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전월보다 2.0%포인트 하락한 79.5%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설비투자도 전월보다 9.5% 줄었다.

내수 부문도 건설의 부진이 두드러졌으며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은 소폭 개선에 그쳤다.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건설수주는 전월보다 56.7% 급감했고 건설기성은 전월에 비해 10.4% 감소했다.

다만 서비스업생산은 주식시장의 호조로 금융업 등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전월보다 0.5% 증가했고 소매판매는 전월과 비교하면 0.2% 늘었다.

정부는 산업생산의 감소는 그동안 빠르게 증가했던 반도체와 자동차 생산이 차츰 정상 흐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광공업과 자동차 생산이 계절조정으로는 전월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원계열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선행-동행지수 3개월째 동반하락

정부는 9월 산업생산이 부진하자 날씨와 추석 탓으로 돌리며 일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으나 10월 지표들은 오히려 낙폭을 키웠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1.3포인트 하락하면서 8월(-0.1)과 9월(-0.9)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또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역시 전월보다 1.5%포인트 하락해 열달째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이처럼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3개월 연속 동반하락한 가운데 수출기업 중심으로 체감경기 지표도 악화되면서 경기둔화추세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BSI는 92로 10월보다 2포인트 감소하면서 8월 이후 4개월째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이 가운데 대기업 업황 BSI는 97로 지난달보다 6포인트 급락했고 수출기업 업황 BSI도 3포인트 떨어진 92로 부진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과거 경기확장기에도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개월 이상 연속 하락한 사례가 있다면서 부정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재정부가 제시한 사례는 1976년과 1981년, 1986년, 1989년 등으로 지나치게 과거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 김종수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모멘텀을 보여주는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계속 하락하고 선진국에 대한 수출도 둔화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둔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정부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고 유럽 주변국 재정위기가 확산될 소지 등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므로 앞으로 상황전개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필요 시 시장안정조치와 함께 경기회복세 지속을 위한 정책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