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도발 대응 예산을 긴급 증액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국방비 절감 차원에서 삭감 처리됐던 복지 · 민원성 예산들이 대거 살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방부와 병무청,방위사업청이 제출한 내년도 국방예산 31조2795억원에다 7332억원을 증액한 32조127억원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증액된 예산안 중 방위력 개선비,즉 △차세대 전투기인 F-15K 도입(2000억원) △공중 조기 경보통제기 도입(767억원) △KF-16 전투기 성능 개량(303억원) △K-9 자주포 증문(866억원) 등에 들어가는 예산은 5000억원에 육박한다.

나머지 2300여억원은 국방예산 절감 차원에서 자체 삭감됐던 경직성 인건비와 복지예산 등이 대거 부활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연대급 이하 간부들의 휴일 당직근무비(일당 1만원) 지급 예산 83억4500만원을 국회 제출 예산안에서 뺐다가 이번 증액 과정에서 되살렸다. 국방부와 육군본부에서 부하없이 혼자 근무하는 중령급 간부들에게 지급하는 특정 업무비(월 5만원) 지급예산도 부활했다.

부사관 후보생과 학군 · 학사장교 후보생들에게 봉급의 25%에 상당하는 부교재비를 지급하는 예산 18억6000만원도 극적으로 살아나 국회를 통과했다. 1996년부터 연간 11만원씩 육 · 해 · 공군 사관학교와 간호사관학교 생도생들에게 지급해 오다가 내년 예산에서 삭감 처리됐던 화장품비 지급예산 9800만원 역시 기사회생했다.

또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들의 인건비를 5% 증액하는 예산(7억1400만원)과 예비군 훈련보상비(소집점검훈련은 일당 4000원,향방작계훈련은 이틀 동안 5000원)를 지급하는 예산 86억8800만원도 국방예산 증액 과정에서 다시 편성돼 통과됐다. 방위사업청은 KIDA와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며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맞춤형 복지예산 7억5700만원을 집어넣었다.

미 보잉사로부터 대통령 전용기(지휘기)를 도입하는 사업(406억6300만원)은 내년도에 바로 비행기 도입이 어렵다고 판단돼 1100만원의 사업 추진비만 남기고 전액 삭감 처리됐으나 △지휘기 격납고 건립(89억원) △지휘기 자체보호장비 도입(15억6000만원) △지휘기 승무원 양성교육(2000만원) 예산은 포함돼 예산 편성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