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울면서 키운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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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국정감사 기간이던 어느 날 갑자기 작은 애한테서 전화가 와서 무슨 일인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바쁜 엄마라 통화를 못하는 경우가 빈번해 아이들과는 주로 문자로 소통해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용인즉 학교에 '나만의 보온병 만들기' 준비물을 가져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목조목 피감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난 직후,큰 병과 작은 병 등 준비물을 챙겨달라는 딸의 전화를 받고 나니 한편 웃음도 나고 일하는 엄마들 심정이 다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 한쪽이 아렸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하기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울면서 키웠어요'라고 답하곤 한다. 정말 많이 울었다. 비단 나에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땅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은 누가 뭐래도 '보육문제'다.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면 나머지 고민들은 이미 부차적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죽하면 누군가 '일하는 여성들은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처럼 또 다른 여성의 희생을 바탕으로 살고 있다'고 했을까.
2008년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딸들에게 엄마가 국회의원이 돼서 기쁘냐고 물은 적이 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작은 딸이 "기쁘기도 하지만 우린 엄마가 몇 시에 집에 오는지가 더 중요해요"라고 말해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그만큼 엄마가 고팠을 것이다.
가사와 육아,바깥 일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잘하려고 나름 애썼지만 수퍼우먼이 아닌 이상 완벽할 수는 없었으리라.친정과 시댁 모두 지방이라 기댈 곳 없이 혼자서 감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땐 아파트 단지 내 가정보육시설의 신세를 졌다. 둘째를 가졌을 땐 아예 가정보육시설과 같은 동으로 이사까지 했다. 날마다 아이들을 맡기고 돌아서는 발길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지금도 생생하다. 퇴근길에 아이들을 찾아 집으로 오면서 유난히 지쳤던 날은 울컥해서 복도에 주저앉아 울 때도 적지 않았다. 그때 두 딸을 키워주신 원장선생님 가족과는 지금도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이 흘렀지만 보육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여성들의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이유나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보육문제다. 영아보육,24시간 보육 등 다양한 형태의 보육이 여전히 절실하다. 헌정 사상 현역 여성의원이 임기 중에 출산한 예가 없다고 한다. 나더러 셋째를 갖고 보건복지위에서 보육문제를 얘기하면 진기록도 세우고 보육정책도 적극 추진할 수 있지 않겠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는 이가 있어 '셋째 낳으면 키워 줄거냐'고 웃으며 반문한 적도 있다.
일과 육아의 병행은 그만큼 험난한 일이고 아직은 우리 국가정책이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비록 울면서 두 딸을 키웠지만,이제 이 땅의 여성들이 육아문제로 좌절하거나 울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잘 만드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김유정 < 민주당 국회의원 kyj207@assembly.go.kr >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하기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울면서 키웠어요'라고 답하곤 한다. 정말 많이 울었다. 비단 나에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땅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은 누가 뭐래도 '보육문제'다.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면 나머지 고민들은 이미 부차적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죽하면 누군가 '일하는 여성들은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처럼 또 다른 여성의 희생을 바탕으로 살고 있다'고 했을까.
2008년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딸들에게 엄마가 국회의원이 돼서 기쁘냐고 물은 적이 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작은 딸이 "기쁘기도 하지만 우린 엄마가 몇 시에 집에 오는지가 더 중요해요"라고 말해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그만큼 엄마가 고팠을 것이다.
가사와 육아,바깥 일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잘하려고 나름 애썼지만 수퍼우먼이 아닌 이상 완벽할 수는 없었으리라.친정과 시댁 모두 지방이라 기댈 곳 없이 혼자서 감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땐 아파트 단지 내 가정보육시설의 신세를 졌다. 둘째를 가졌을 땐 아예 가정보육시설과 같은 동으로 이사까지 했다. 날마다 아이들을 맡기고 돌아서는 발길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지금도 생생하다. 퇴근길에 아이들을 찾아 집으로 오면서 유난히 지쳤던 날은 울컥해서 복도에 주저앉아 울 때도 적지 않았다. 그때 두 딸을 키워주신 원장선생님 가족과는 지금도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이 흘렀지만 보육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여성들의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이유나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보육문제다. 영아보육,24시간 보육 등 다양한 형태의 보육이 여전히 절실하다. 헌정 사상 현역 여성의원이 임기 중에 출산한 예가 없다고 한다. 나더러 셋째를 갖고 보건복지위에서 보육문제를 얘기하면 진기록도 세우고 보육정책도 적극 추진할 수 있지 않겠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는 이가 있어 '셋째 낳으면 키워 줄거냐'고 웃으며 반문한 적도 있다.
일과 육아의 병행은 그만큼 험난한 일이고 아직은 우리 국가정책이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비록 울면서 두 딸을 키웠지만,이제 이 땅의 여성들이 육아문제로 좌절하거나 울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잘 만드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김유정 < 민주당 국회의원 kyj207@assembly.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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