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시한인 12월2일까지 처리돼야 내년 1월부터 경로당 난방비 양육수당 등 서민들을 위한 예산을 예정대로 집행할 수 있다. "(한나라당 A의원) "한나라당이 2002년 이후 다섯차례나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긴 '전과'를 잊었는가. "(민주당 B의원)

파행 끝에 가까스로 국회 예산심의가 정상화된 지난 22일.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선 '지겨운' 광경이 재연됐다. "법정 시한인 내달 2일까지 예산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한나라당에 맞서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야당 때는 12월 30일까지 끌고간 후 간신히 통과시켰지 않느냐"며 반발했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 시기를 내달 6일로 연기함에 따라 국회는 2003년 이후 8년 연속 예산안을 늑장 처리하게 됐다. 그나마 민주당은 "6일에 반드시 표결처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는 단서를 달았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넘긴 책임을 놓고 벌이는 여야간 '네탓' 공방은 벌써 8년째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헌법으로 정한 날짜를 지키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양보하는 과정에서 결국 실언이 됐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1차 책임 당사자인 민주당과 박지원 원내 대표는 사과마저 없었다.

여론의 질타가 쏟아질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20일의 예산 심의기간이 너무 짧다"는 변명을 단골 메뉴로 내놓아 왔다. 그마저 올해는 단 열흘 만에 309조원의 예산을 심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현행 예산안 심의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주영 예결특위 위원장은 "결산과 정기국감은 6월 국회로 옮기고,9월 정기국회는 예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내놨다.

문제는 정치권이 매년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산국회가 끝나면 여야 모두 '나몰라라'식이다. 예결위원장 출신의 한 중진 의원은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 모두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산심의 중요성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진정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올해 예산안 늑장처리가 어쩔 수 없다면 제도 개선이라도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뜻있는 의원들의 이구동성이다.

김형호 정치부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