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뉴욕 증시 재상장을 통해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가운데 과연 누구 덕에 구조조정에 성공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구제금융과 오바마 정부가 선임한 관재인인 '자동차 차르' 스티븐 래트너가 회생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 작가인 맬컴 글래드웰은 "사모펀드 출신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대규모 자동차 회사를 구조조정하긴 불가능하다"며 그 공을 릭 왜고너 전 GM 최고경영자(CEO)로 돌리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GM 미 증시 IPO 최대 전망

기업공개 절차에 따라 GM 주식은 17일(현지시간) 장마감 후 가격이 결정되고 다음 날부터 거래된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새로 상장되는 GM 주식을 매수하려는 기관투자가들이 증가하면서 공모가는 주당 32~33달러로 당초 예상(26~29달러)보다 높아지고 발생 주식 수도 3억6500만주에서 4억7800만주로 30%가량 늘었다. 의무적으로 보통주로 전환해야 하는 전환우선주까지 포함하면 기업공개 규모는 228억달러(약 26조원)로,미 증시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총 495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미 연방정부는 GM 기업공개를 통해 130억달러를 회수할 수 있게 됐다. GM이 이미 상환한 95억달러까지 합하면 회수금액은 총 225억달러가 된다. 나머지는 기업공개 후 갖게 되는 21%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해 회수한다. 기업공개 전 연방정부의 지분은 61%였다.

◆회생주역은 쫓겨난 왜고너?

수익구조를 혁신적으로 개선한 데다 기업공개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GM은 일단 구조조정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공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글래드웰은 금융전문가들이 단순히 수치를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차 메이커를 회생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연구센터에 근무하는 크리스틴 드직젝은 "85%는 8년간의 CEO 재임기간 중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협조를 이끌어낸 왜고너 전 CEO의 공이고,나머지가 정부가 파견한 관재인이 기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제품 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자동차 차르가 단시일 내 끌어올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초 왜고너 전 CEO가 정부의 사임 요구로 물러날 때도 GM 안팎에서는 왜고너의 경영자질과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그는 2000년 CEO에 취임한 뒤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기울여왔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2007년 노조와 연금 및 건강보험 부담을 줄이게끔 합의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북미지역 생산기지 통폐합 작업도 추진했다. 차세대 수소차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한 것도 왜고너였다. 2005년 이후 총 820억달러의 적자로 경영책임을 피할 수 없었지만 파국을 면하기 위한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해온 게 결실을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GM의 각급 모델이 형편없는 차라면 아무리 훌륭한 구조조정 전문가가 왔어도 회생이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 왜고너 전 CEO는 작년 3월 정부의 압력으로 사임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