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어제 '서울 선언문'을 채택하고 이틀간의 일정을 마쳤다. 환율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았는데도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 때보다 진전된 합의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은 매우 값진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서울선언은 환율문제와 관련, 시장결정적 환율 제도로의 이행과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탄력대출제도를 확대하고 신흥국의 자본 통제를 인정키로 했다. 또 각국별 재정,물가,통화,경상수지 등에 대한 평가 및 정책 이행 권고사항을 제시한 서울 액션플랜과 개발도상국을 위한 개발이슈 행동계획을 담은 서울 컨센서스를 부속서로 채택했다.

특히 환율 및 경상수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요국들의 이해관계가 팽팽히 대립한 가운데서도 타협점을 찾아낸 점이 돋보인다. 환율문제 합의가 실패할 경우 국제공조의 틀이 깨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아래 각국 협상대표들이 밤샘 협상으로 이견을 조율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를 이행하되 경제 펀더멘털이 반영될 수 있도록 환율의 유연성을 늘린다'는 수준에서 접점을 찾았고,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은 IMF를 통한 조기경보체제 마련을 포함, 합의시한을 내년 프랑스 정상회의까지로 하는 선에서 의견을 모았다.

물론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선으로 구체적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정하려던 당초 구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환율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큰 틀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고 추가협상의 시한까지 정한 만큼 앞으로 구체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주목을 모아온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개발이슈를 서울선언에 포함시킨 것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금융안전망의 경우 IMF의 탄력대출제도를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에 동시 적용할 수 있게 했고, 개발 이슈에는 '서울 컨센서스'라는 이름으로 인프라 분야 등을 포함, 구체적 지원 계획을 담았다. 우리나라가 G20 의장국으로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커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G20 국가들 간에 첨예하게 대립된 이해관계를 중재하고 합의문 채택을 주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세계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데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규칙 제정자'로서의 위상을 구축했다. 세계 정상외교의 중심 무대로 도약함으로써 국격을 크게 끌어 올린 것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중국 독일 러시아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을 한꺼번에 초청한 행사를 깔끔하게 치러내 국민적 긍지와 자신감을 높이는 부수 효과도 얻었다. 정부와 경제계는 이런 성과를 살려 기업성장을 가속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