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회원국들이 기금을 출연,저소득 · 저신용층 대상의 소액 신용대출 사업(마이크로 크레디트)을 추진한다.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전 세계적 차원의 지원 방안이 마련되면 소득 불균등 완화와 G20의 정통성 제고에 기여할 전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금융 소외계층 지원 필요성에 관해 G20 회원국 간 공감대가 이뤄졌다"며 "회원국들의 기금 출연에 관한 사항을 서울 정상회의 코뮈니케(공동선언문)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최종 조율 중"이라고 8일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 또는 적자를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한 국가별 정책 권고안과 개발도상국의 반복적인 금융위기를 막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관한 합의도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도출될 전망이다.


◆G20 마이크로 크레디트

기획재정부와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방안이 11,12일 열리는 서울 정상회의 코뮈니케에 포함된다.

정부 관계자는 "미소금융과 같은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세계적으로 확대 실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소득이 적거나 신용도가 낮아 일반 금융회사를 이용할 수 없는 계층에 창업자금을 지원,자활을 돕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미소금융재단이 출범하면서 본격화됐다.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7억명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관계자는 "우선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간 협약을 통해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G20 회원국 정부로부터 출연금을 받아 별도 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등이 이 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만든 '빌&멜린다게이츠재단'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포괄금융 특별자문역인 막시마 소레기에타 네덜란드 왕세자비도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G20은 금융 소외계층 지원 방안 외에도 인프라 구축,인적자원 개발,식량안보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돕기 위한 100대 행동계획을 서울 정상회의에서 마련한다. 또 '중소기업 자금지원 경진대회'를 통해 선정한 14가지 중소기업 금융발전 방안도 발표한다.

◆적정 경상수지 정책 권고

경상수지 관리를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indicative guidelines)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식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보다는 국가별로 적합한 정책 권고를 채택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G20은 지금까지 회원국을 선진흑자국,선진적자국,신흥흑자국,신흥적자국,대규모 자원 생산국 등 5개 그룹으로 나눠 대외 불균형 해소를 위한 방안을 검토해 왔다.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국가별로 재정 통화 등에 관한 세부적인 지침을 담은 '서울 액션 플랜'이 나온다. 경상수지 적자국은 국내 저축을 늘리고 재정 건전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며,경상수지 흑자국은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를 확충하라는 내용이 근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안전망 추가 논의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관련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탄력대출제도(FCL)와 예방대출제도(PCL) 등 금융위기 예방을 위한 사전적 대출 제도를 도입,1단계 방안을 달성했다. 서울 정상회의는 IMF의 조치에 대해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추가적인 국제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서울 정상회의에서 추가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 단위의 금융안전망과 IMF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정도의 내용을 코뮈니케에 명시해 내년에도 논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제금융기구 개혁은 IMF가 지난 6일 이사회에서 쿼터 개혁안을 의결함으로써 사실상 마무리됐다. IMF 개혁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고 거시 안정성 감독을 위한 IMF의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이 코뮈니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G20 준비위 관계자는 "가장 합의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였던 IMF 개혁이 마무리돼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다른 과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反)보호주의 '스탠드스틸' 재확인

금융규제 개혁은 추가적으로 논의할 부분이 많지 않은 의제다. G20은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바젤위원회(BCBS)가 마련한 은행 자본 · 유동성 규제 방안(바젤Ⅲ)을 환영하고 이른바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형 금융사(SIFI) 규제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 정상회의는 이 같은 규제 방안을 공식 채택하고 새로운 기준과 원칙을 기한 내에 이행한다는 의지를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정상회의는 또 도하개발 아젠다(DDA) 협상 진전 현황을 보고받고 보호주의를 막기 위한 국제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DDA 조속 타결을 지지하며 무역 · 투자 분야의 보호주의를 저지한다는 스탠드스틸(standstill) 원칙이 코뮈니케에 담길 전망이다.

이 밖에 화석연료 보조금 개선 계획과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국제 협력,해양 기름유출 사고 예방 방안 등을 다룬다. G20 차원의 반부패 행동계획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