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재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차 양적완화(국채매입을 통한 자금공급) 조치가 초읽기에 들어갔고,공공연히 외환시장 개입을 말하고 있는 일본 또한 '엔고 대응책'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 FRB가 환율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난하면서 위안화 절상 요구에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들이 지난달 경주에서 환율전쟁을 진화키로 한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는 형국이다.

며칠 남지않은 서울 정상회의 준비에 여념이 없는 우리 정부로선 걱정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의장국이 중재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경우 세계 경제는 극도의 불확실성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우리의 노력으로 '시장결정적 환율'에 대한 합의를 어렵게 이끌어냈지만 구속력이 없어 내심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선 미 FRB의 2차 양적완화나 일본의 슈퍼 엔고를 진정시키기위한 대책도 경제 펀더멘털에 어긋나게 움직이는 환율을 조정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전쟁에서 봤듯이 자국 경제만을 생각한 과도한 시장 개입은 상대국의 또다른 과도한 개입을 불러와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 경주 회의에서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지양키로 합의한 배경도 거기에 있다.

서울 정상회의는 경주 합의의 정신을 최대한 살려나가는 상생의 장이 돼야 한다. 일시적 휴전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환율전쟁이 다시 끓어 오르지 않도록 각국 정상은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우리 정부로선 무엇보다 환율전쟁을 막을 수 있는 해법으로 제시된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해 정상들의 확고한 동의를 얻어내는 게 중요하다. 나아가 좀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 대한 합의까지 도출해낸다면 금상첨화다. 이명박 대통령도 라디오 연설에서 G20 정상회의 4대 의제중 환율을 가장 먼저 언급한 만큼 정상들과 사전 조율에 박차를 가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