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기념강연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에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대한민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 1위, 삶의 만족도 꼴찌라면 뭔가 잘못된 거죠. 자살률이 아니라 삶의 만족도가 1등이 돼야 합니다. "

소설가 조정래(67) 씨는 29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 기념강연 '대한민국 선진화, 길을 묻다' 폐막강연에서 "경제권력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 모든 국민이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간적인 삶과 경제와 우리의 미래'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85%가 스스로 서민이라고 답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국민소득이 지금의 4분의 1이었던 1980년대에는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75%였다"고 말했다.

"서민이라는 말에는 회한과 슬픔과 절망이 담겨 있죠. 1980년대 우리는 계속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희망에 서민인 줄 알면서도 중산층이라고 답했는데, 지금 대다수가 서민이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구조가 병들었다는 것입니다.

"
그는 "우리는 그동안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 분배가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참고 일해왔다"며 "우리 경제발전의 주인은 정치권도 재벌도 아닌 바로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범죄자가 아니라면 어떤 직업을 가졌든 그들은 국민의 역할을 다 한 것이며 국부는 국민 전체가 만든 것이기에 경제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하면서 경제의 부피에 반비례해서 사람의 가치는 가벼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인간의 얼굴을 잊어버리지 않는 경제'를 강조하면서 기업의 반사회적 행위를 비판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에서 민족의 근현대사를 그려온 그는 '경제 민주화'를 주제로 한 소설 '허수아비춤'을 최근 발표했다.

그는 "그동안 기업들이 반사회적 작태를 해도 기업이 잘돼야 잘살 수 있다는 망상으로 이를 무관심하게 넘겼다"며 "재벌이 나쁜 짓을 하도록 둔 것은 국민으로서도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의 비리가 폭로되고 있는데 국민 절대다수가 얼마나 절망하고 분노하겠습니까.

국가가 민족자본을 형성하기 위해 보호해줬으면 이제 그 보호막을 허물고 기업이 철저히 투명경영을 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고, 국가가 이를 잘 관리해서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
그는 이어 "이러한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지 않으면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며 "시민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 감독을 철저히 할 때 '인간다운 삶을 향한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시민단체의 역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특별시가 지난 1일부터 개최해온 이번 릴레이 강연회는 이날 강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동안 각 분야를 대표하는 29명이 강사로 나서 우리 사회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