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꿈의 매출'로 불리는 매출 1조원을 지난해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유(乳)제품 시장은 포화상태여서 국내 시장만 고집하다간 성장동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해외시장에서 찾을 겁니다. 2014년까지 수출을 통한 매출을 전체 매출의 10% 선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28일 서울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 BIZ Insight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유제품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하고 성장 가능성이 낮은 시장)으로 변했다"며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중남미 등을 중심으로 수출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커피 등 유제품 이외의 새로운 식품시장에 진출하고 유산균 등 바이오테크놀로지(BT)를 결합한 고기능 식품 개발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0억여원을 투자해 올 초 충남 공주에 알레르기분석기 등 첨단 장비를 갖춘 중앙연구소를 새로 만든 것도 이를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남양유업은 이를 통해 창립 50주년이 되는 2014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하고 종합식품업체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새로운 성장을 위한 첫 번째 전략으로 해외 수출을 꼽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출산율(올해 추정 1.24명)은 전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08년 1.71명)에도 크게 못미칩니다. 주력 제품인 분유 등의 시장이 커지기는 어렵고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한 겁니다. 이에 반해 베트남 카자흐스탄 인도 등은 출산율이 한국보다 훨씬 높고 경제성장 속도도 빨라 분유 등의 시장이 계속 확대되는 추세예요. 유제품은 나라별로 안전성 심사가 엄격해 해외 진출이 다른 상품에 비해 까다롭긴 하지만,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어느 지역에 주력하고 있습니까.

"베트남 중국 대만 홍콩 캄보디아 등 이미 10여개 나라에 분유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작년엔 국내 유제품 회사로는 처음으로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에 진출했습니다. 분유 시장(2008년 600억원 선) 규모가 매년 20%가량 팽창하고 있는 곳입니다. 특히 올해 초 우리 회사의 수출용 분유가 '카자흐스탄 소아과의사협회 인증'을 받은 다음부터 수출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네슬레 등 세계적인 다국적 식품기업도 받지 못한 인증이죠.올 연말까지 카자흐스탄 인근 나라를 포함해 3개국에 추가로 진출하고 러시아와 동유럽으로 시장을 넓혀갈 생각입니다. 올해 수출을 작년의 2배 수준인 3000만달러 선으로 늘리고,내년엔 6000만달러를 달성할 계획이죠."

▼제조원가 등이 낙농국가 업체들보다 불리한데,이런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할 전략은 뭡니까.

"낙농 선진국들에 비해 생산비용이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를 이겨내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품질 경쟁력입니다. '최고 품질의 제품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걸 경영 방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방침에 따라 매출의 3%에 달하는 금액을 연구 · 개발(R&D)에 투자하고 식품안전 설비를 수시로 확충하고 있는 거죠.2000년대 들어 천안 신공장(2002년 준공),나주 호남공장(2008년),공주 중앙연구소(2010년) 등을 새로 만드는 데만 2500억원 이상 투자했죠.이들 공장은 원자재 투입부터 제품 포장 및 차량 탑재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손을 직접 거치는 공정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첨단시설을 갖췄습니다. 첨단 설비에 대한 소문이 해외 동종업계에 퍼지면서 견학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회사 제품이 내년 교과서에 실린다고 해서 화제인데요.

"남양유업 등 3개사 제품이 고등학교에서 사용하게 될 기술 · 가정 교과서의 '바람직한 소비생활문화'(정성봉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지음)라는 단원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착한 소비를 설명하는 사례로 소개됩니다. 우리 제품은 '케토니아' '호프 닥터' '호프 알레기' 등 세 가지죠.이 제품들은 학계 및 병원과 공동 연구해 개발한 것인데,이 중 케토니아는 세계 최초의 간질 치료용 액상 분유입니다. 많은 연구개발비가 투입되는 반면 소비량은 적어 이윤을 남길 수 없는 제품들이죠.그러나 유업체만이 할 수 있는 사회공헌이라고 판단해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연구개발과 제품 무료제공 등을 더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

▼커피믹스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제품 출시 시점은 올해 12월께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약 1조원 규모입니다. 동서식품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고 네슬레가 15% 내외를 차지하고 있죠.남양유업은 프렌치 카페를 통해 10년 이상 커피음료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1회용 스틱 제품을 만드는 것은 분유 생산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연구소에서 커피 맛에 대한 테스트를 반복하고 있는 단계죠.장기적으로는 네슬레를 따라잡는다는 목표입니다. "

▼얼마 전 세전 영업이익이 기업가치(EV)보다 많다는 분석이 나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풍부한 자금력을 활용해 사업다각화에 나설 계획은 없습니까.

"다른 기업들이 확장을 시도할 때 우리는 실속경영을 통해 작지만 탄탄한 기업을 일궜습니다. 그래서 남양유업엔 금융권 부채도 없고 계열사도 없습니다. 물론 사내에서 분유캔을 만드는 회사나 사료공장 등을 세우자는 의견도 있었죠.그러나 전공(식품)을 벗어난 사업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경영방침에 따라 추진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방침이 바뀔 가능성은 없습니다. 대신 커피믹스 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것을 비롯해 식품사업을 다양화하고 고기능 식품을 개발하는 데는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겁니다. '17차' 등을 통해 차 시장에서는 강자로 자리잡았습니다. "

▼기업가치 분석이 나온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을 위한 기업홍보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정도경영을 추구하다 보면 기업가치는 저절로 올라가고 주가도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식품업체는 제품홍보가 곧 기업홍보입니다. 제품 경쟁력이 바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죠.장기적으로 볼 때 제품력이 결국은 주가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중 · 장기 비전이 궁금합니다.

"해외 유제품시장 개척과 종합식품업체로의 성장을 중 · 장기 경영목표로 잡았습니다. 분유의 품질만 놓고 보면 카자흐스탄에선 네슬레보다 뛰어나다는 점이 증명됐습니다. 이미 중앙아시아를 토대로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 가동하고 있죠.동유럽은 물론 유제품의 본고장인 서유럽까지 파고든다는 장기 계획도 마련했습니다. 머지않아 분유업계 거대 기업인 네슬레나 씨밀락 등과 경쟁할 겁니다. 또 유가공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식품 전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입니다. 건강기능식품 제빵 제과 아이스크림 등의 분야로 진출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시장을 살피고 있습니다. "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